책이야기

스키너 박사가 노년을 준비하는 법 -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윤크라테스 2018. 8. 19. 12:55

상담과 심리 공부를 하다 보면 여러 이론가를 만납니다. 주로 개론서를 통해 접하다 보니, '어느 학자가 어느 이론을 만들었고, 그 이론은 이런 내용이다'는 식입니다. 정제된 내용으로 만나다 보니 약간 암기해야 할 내용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론인데 다소 건조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론가들이 직접 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분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 분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그 분들의 삶도 간접적으로 조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입니다. 

 

스키너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가입니다. 개론서를 통해 접한 스키너는 단 몇 장에 압축된 이론이었던데 반해, 스키너가 노년까지 활발하게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평생을 연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학자들의 삶에 더욱더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키너는 노년에 접어드는 것을 '낯선 타국'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여생을 다른 나라에서 보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에 대하여 되도록 많은 것을 배워놓으려 할 것이다. (...)
노년이란 바로 이러한 '낯선 타국'과도 같다. 그곳에 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새로운 생활이 더욱 즐거울 수 있다.
(24쪽)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좋은 결과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달라지는 조건을 감안하여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준비를 미리 하는 것입니다. 행동주의가 '조건에 의한 반응'이고, '원하는 반응을 얻기 위한 환경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환경을 스스로 조성해가는 적극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예로, 생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생각을 분명히 하는 것은 굳이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당신이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게 스스로를 돕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01쪽)

 

천천히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느리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특히 노인들은 시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사실 내 능력에 맞게, 노인답게 찬찬히 배워간다는 것은 충동적인 젊음에겐 없는 장점이다. (102쪽)

 

생각은 그냥 떠오르는 것이라고 알았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명료하게 잘 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타고는 거겠지', '참 부럽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으며 생각을 분명하게 잘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방법(혹은 전략)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에 맞게 생각을 찬찬히 하다보면 그게 점차 익숙해져 생각도 더 잘 하게 되는 겁니다. '생각한다'는 자신의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서, 그 도구의 장인이 되는 것이지요. 

 

 

 

 

다음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만일 그 일이 어렵거나 실패할까 두렵거든 천천히 시작하라. 너무 각박하지 않은 조건에서 하루 한두 시간 정도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당신이 얼마나 쉽게 더 긴 시간 그리고 더 어려운 일을 해내는지를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131쪽)

 

저는 조금 시도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포기를 잘 합니다. 심지어 어떨지 예상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해버립니다. 그렇게 중도포기하거나 시작도 안한 일들이 다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지 참 많을 겁니다. 무슨 눈치를 봐서 그랬을까요?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시도하고, 미숙한 저를 기다리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신체적 조건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노년이 갖는 몇 가지 불완전성은 안경이나 보청기 같은 여러 가지 보조기기로 보완할 수 있다. 게다가 몸이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56쪽)

 

맹인에게 자신의 세계를 단순화시키는 게 반드시 필요하듯이 시력이 감퇴했다면 당신의 세계를 단순화시켜야 한다. 만일 정말로 시력이 나쁘다면 필요 없는 것, 특히 쉽게 볼 수 없어 불편을 주는 것들을 모두 없애버려라. (59쪽)

 

(청력의 경우) 전화벨이나 초인종이 울릴 때 빛을 내는 장치를 한다면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아니면 사람이 문 앞에 찾아왔을 때나 전화벨이 울릴 때 짖으면서 달려와 알려주도록 반려동물을 훈련시키는 것도 좋겠다. (62쪽)

 

생활하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조금씩 바꿔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습관을 고려해서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시간, 에너지 낭비, 감정 동요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때로는 사고의 위험까지도요. 

 

스키너는 삶을 참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신 분 같았습니다. 학문에서뿐만 아니라, 자기자신이라는 인간과 그 인간이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으며, 그 시각에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이 느낌을 공유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혜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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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