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3

대학원생에게 일상이 있는가?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책장 한켠에 오랜 기간 꽂혀 있던 이 책을 드디어 꺼내 읽고 있습니다. 요즘 대학원생으로서의 일상에 대한 고민 중이어서인지 다음 구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는 그런 권태에 긍정적인 색조를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에 기꺼이 동의한다. (...) 따분한 일상 속에는 항상 만나는 이웃, 해마다 찾아오는 사계절, 한 주일을 마감하는 매주 일요일, 날마다 뜨는 태양들에 섬세하게 집중할 수 있는 조심스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p.105]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이 왠지 모르게 어떤 단계로 가기 위한 임시적 신분의 느낌이 있었는데, 직장 생활까지 병행하다 보니 그 임시적 느낌이 훨씬 강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항상 바쁜 중에 ..

책이야기 2020.12.06

연구 주제... 새로운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저희 실험실 논문 세미나를 했는데, 이제 졸업을 한 학기 앞 둔 석사생들이 있어 그 학생들이 자신의 학위논문에 대해 발표를 했어요. 교수님께서 이렇게 질문하셨어요. "자네 논문에서 새로운 점이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해서 보통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제 논문은 이런이런 점에서 새로운 논문입니다." "예전에 A, B, C라는 연구가 있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교수님들은 또 이렇게 질문합니다. "새롭다고 해서 다 의미가 있는 건가?" 왜냐하면 새롭다고 해서 다 의미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다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 거죠. 이것은 일상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어요. 어떤 물건이 새롭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것을 꼭 쓰진 않습니다. 나온지 아주 ..

연구에서 '삽질'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일을 할 때 '삽질한다'는 말을 쓰곤 했었어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그 방향이 잘못되어서 결론적으론 잘 안 된, '헛수고'라는 의미죠. 제가 '삽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희가 연구 과정에서 이런저런 것을 하다 보면 이런 '삽질'을 많이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서 투자를 했는데 그 결과가 '삽질'이면 허탈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밀기도 합니다.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했다 생각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요. 삽질을 했다는 건 내가 알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 뭔가를 했다는 건데 이런 걸 전혀 하지 않으면 내가 아는 분야가 정말 제한적일 수 밖에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뭔가 새로운 것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