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앎이야기

라디오를 듣는 이유

윤크라테스 2019. 5. 18. 10:03

주말 아침 제 소중한 일상 중 하나는 라디오 듣기입니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가능한 챙겨 듣습니다.

 

예전에는 진짜 라디오로 주파수를 맞춰가며 들었지요. 제가 살던 곳에는 라디오 주파수가 잘 안 잡히기도 했고, 지역방송으로 대체되는 경우에는 제가 원하는 방송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엔 라디오 듣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앱으로 듣기 때문에 이제는 잡음이 방해하지도 않고, 원하는 방송을 지역에 상관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주말에 라디오를 듣는 것은 평소에는 듣고 싶은 음악만 골라서 듣는 '음악 편식'을 하는 제가 다양한 영양을 더하는 중요한 의식입니다. 하긴.. 제가 좋아하는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의 범주가 제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 뭐 그렇게 큰 변화를 주는 건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몰랐던 음악이 나올 때에는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 같고,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직접 찾아 듣지 않았던 음악을 들을 때면 잊었던 맛을 되찾는 느낌입니다.

 

유튜브에서 원하는 음악을 언제나 찾아 들을 수 있지만, 라디오를 통해 듣는 음악은 좀 색다른 느낌입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지금', 누군가가 골라주는 음악을 이야기와 섞어서 듣는 것.. 이런 조합이 독특한 효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를 나중에 유튜브로 찾아 들으면 같은 노래라도 느낌이 좀 다릅니다. 라디오를 통해 들을 때는 뭔가 공기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같은 콘텐츠라도 여러 조건이 형성되면 살아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됩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또 사람이 가진 감성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가 가끔 좋아하는 가수의 곡이 나오거나, 제가 좋아하는 곡이 나올 때는 마치 계 탄 느낌입니다. 아주 큰 선물입니다. 그런 행복을 한동안 마음에 간직합니다.

 

 

 

 

라디오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라디오 사연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에서 '이게 삶이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피상적으로 보이던 사람들에게서 살아있는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되살아난 사람에 대한 감각과 감성은 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감성, 매일 대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하는 마음을 달라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때로는 기분이 처지거나 원인 모를 공허함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제가 아침창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Video kills the radio star"라는 가사처럼 새로운 매체, 더 화려한 포맷이 등장하면 예전의 매체는 사라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아침창을 들으면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라디오 세대뿐만 아니라 어린 청취자들도 계속 생겨나는 듯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오래 지속되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나온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감성과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에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갑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바뀌는 것 같아도 변치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면면이 만나고, 세월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항상 그 자리에 비슷한 듯 다르게, 다른 듯 또 비슷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라디오는 그래서 좋습니다. 잊었다가도 틀면 또 나오고, 항상 비슷한 듯 하면서도 변하는 제게 또 맞추어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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