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앎이야기

당신은 '좋은 학생'입니다.

윤크라테스 2019. 6. 12. 09:09

발표수업에 대한 총평을 준비하다가 문득 학생들에게 그들이 좋은 학생이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따라.. 왠지 모르게 수업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분위기 때문인지 준비했던 내용들에 대해 입이 잘 안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웬만한 이야기를 마치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원래 상대방이 들었을 때 낯간지러울 말을 할 때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법입니다.

 

먼저 운을 떼기 위해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좋은 학생이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좋은 학생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 질문에 의외로 학생들 표정이 어두워서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고,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발표수업을 준비했는데, 자신들이 부족하다고 느낀 걸까요? 왜? 무엇에 비교해서?

 

 

 

 

저는 제 기준에서 모두들 좋은 학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했던 수업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찾았고, 그 내용을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고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면 너무나 훌륭하지 않은가?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각자 과목에 대한 수준과 선호하는 바가 달라서 준비한 내용과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각자 다른 수준과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일은 원래 어렵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조건 속에서 학생들이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떻게 애썼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잘했다고, 좋은 학생들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학생일 때는 선생님에게 '좋은 학생'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좋은 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내가 한 노력이 가치 있었음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평가하는 사람 앞에 서면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제가 가르치는 사람이자 학생이 되어보니 확실히 그것을 알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 학생들에게 그들이 '좋은 학생'임을, 그들의 노력을 알겠고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꼭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제 평가에 마음이 풀리는 듯 했습니다. 좀 쑥스러웠지만 그 말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자신감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앞으로는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노력하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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