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공부&연구 이야기

정확한 언어로 말해야 하는 이유 -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2.0] by 더그 레모브

윤크라테스 2019. 9. 9. 09:00

 

정확한 언어로 말하게 하라
정확하고 완전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연습시켜라.
- 정확한 문법, 완전한 문장, 또렷한 목소리

 

이 책은 학업 성취도 향상과 효과적 교실 수업을 위한 수업 매뉴얼 모음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더그 레모브는 교사들의 수업 능력 향상과 학업 성취도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지속해왔다고 합니다. 이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어떤 전략일지 바로 감이 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정확한 언어로 말하게 하라"는 챕터가 바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대학원에서 논문쓰기, 연구에 대해 말하기와 직결되는 사항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챕터에 인용된 번스타인의 실험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번스타인은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한정어와 정밀어로 나누고, 사회 계층별로 한정어와 정밀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여기서 우선 '한정어'와 '정밀어'가 각각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한정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맥락과 관점을 공유한다는 전제가 있을 때 사용합니다. 따라서 한정어는 친구, 가족 등 매우 긴밀한 관계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것, 저것'과 같은 대명사가 자주 쓰입니다. 
정밀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맥락과 관점을 공유하지 않을 때 사용합니다.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듣는 사람이 상황을 모른다는 가정 하에 대명사 대신 명사를 사용합니다. 

 

 

 

번스타인의 실험 결과 노동자 계층 가정의 아이들은 한정어를 쓰는 반면, 중산층 이상 가정의 아이들은 정밀어를 썼다고 합니다. 

 

"얘가 이걸 차서요. 저리로 갔어요." 

"두 소년이 공을 차고 노는데 그중 한 아이가 우연히 공을 이웃집 창문에 차버렸어요. 이웃이 밖으로 나와 소년들에게 고함을 질러요."

 

같은 장면에 대해 묘사한 서로 다른 표현입니다.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죠?

 

번스타인은 계층 간 이동과 장래의 성공 여부가 정밀어 사용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영국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상류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정밀어를 사용했고, 자신들과 다르게 말하는 사람들을 금세 알아보았다.
-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2.0], 130쪽

 

이 대목은 마치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로 계층의 상하를 구분하는 것을 연상시킵니다.

 

이 책에서 '정밀어'에 대해 주목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논문쓰기'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정밀어의 한 종류로 '대학의 언어'를 꼽습니다.

 

정밀어의  한 가지 종류가 대학의 언어이다. 이는 학문적인 대화에 참여할 때 사용하는 언어로, 문법적으로 정확해야 하고 내용도 대학 강의실에서 오갈 만한 수준의 것이어야 한다. 대학 강의실에서 소설을 읽고 토론할 때 듣는 사람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떤 것도 가정하지 않는다. 강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 책의 저자와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지만, 의식적으로 형식화된 어법을 구사해 맥락을 온전히 전달하고 기술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2.0], 130쪽

 

 

 

논문을 쓸 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구체적으로 말하기'입니다. 머릿속에 뭔가 생각은 맴도는데,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는 너무나 제한적일 때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이, 그, 저, 이렇게, 저렇게, ...' 이런 단어들밖에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번스타인이 말하는 '한정어'입니다. 표현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것은 지금 내 머릿속 생각이 아직 분명하고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논문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한정어들을 모두 정밀어로 변환해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더그 레모브는 "명료하고 수준 높은 언어로 표현하는 버릇을 들이면 사고의 수준도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생각과 표현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선순환한다는 의미입니다. 표현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먼저 바꾸어야 합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자꾸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 그 말을 명확하게 쓰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명료하고 수준 높게 말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일단은 내 생각을 쓰고, 그리고 더 정밀하게 표현하도록 발전시켜야 합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조금 더 자세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논문을 쓸 때 '잘 쓰겠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어렵습니다. '어떻게 써야 잘 쓰는거지?' 이런 막연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보다는 '보다 세밀하게, 정밀하게, 명료하게 표현하겠다'라고 접근하면 조금 더 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수정하기 위해 다시 읽을 때 막연하게 표현된 부분을 찾아서 좀 더 명확하게 수정하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