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공부&연구 이야기

연구에서 '삽질'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윤크라테스 2020. 2. 24. 09:00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일을 할 때 '삽질한다'는 말을 쓰곤 했었어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그 방향이 잘못되어서 결론적으론 잘 안 된, '헛수고'라는 의미죠. 제가 '삽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희가 연구 과정에서 이런저런 것을 하다 보면 이런 '삽질'을 많이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서 투자를 했는데 그 결과가 '삽질'이면 허탈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밀기도 합니다.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했다 생각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요.

 

삽질을 했다는 건 내가 알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 뭔가를 했다는 건데 이런 걸 전혀 하지 않으면 내가 아는 분야가 정말 제한적일 수 밖에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뭔가 새로운 것을 떠올리기가 정말 힘들어져요. 그래서 너무 먼 곳의 큰 삽질은 곤란하지만 가끔은 이런저런 것들 찾아보고 알아보는 '작고 귀여운 삽질'들은 연구 구상이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팀이 문제 해결을 할 때에는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구도 교수님께서 봐주시기도 하시고, 팀으로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내가 주체가 되는 학위논문은 정말 저만의 아이디어로 구성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작은 힌트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학위논문에서 큰 부분, 핵심 내용은 오롯이 나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연구를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을 때 그것을 완성해내기 위한 내부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갖춰야 하고 그것을 개략적으로 그리기 위해 초반에 여러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아는 게 너무 없으면 어떤 아이디어들을 어디서 가지고 와서 활용할지 생각이 안 나게 됩니다. 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빈약해지는 거죠. .

이런 것들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도움 받고 싶어도 그 분들은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힌트는 줄 수 있어도 내가 바라는 정도의 큰 힌트나 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내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어디서 나오냐면 내가 이것을 하기까지 그 전에 내가 봐왔던 것들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다 구성되려면 그 전에 크고 작은 것들을 봐왔어야 하는 거죠. 다양한 논문과 연구, 기타 등등... 내가 관심을 가지는 핵심 분야 주변의 것들에 대한 논문도 보고, 생각도 하고, 자료도 보는 여러 작은 삽질들을 하면서 경험을 하시면 나중에 여러분이 진짜 자기 것을 하실 때 옛날에 봤던 것들이 여러분의 머리 속에서 브레인스토밍이 되어 여러가지로 떠오를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 떠오른 것들을 다 쓰느냐? 그건 아니죠!! 브레인 스토밍을 해서 잔뜩 꺼내 놓은 것 중에 중요한 것들을 추려서 활용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평소에 일 하실 때 방식일 거라 생각해요. 여러분이 평소 일할 때 여러 사람, 팀 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논문을 쓸 때에는 내 개인 안에서 일어난다고 아시면 좋을 것 같아요. 팀에 이것저것 많이 아는 팀원이 있으면 도움이 되듯이 나 자체도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고 풍부하면 내 결과물을 만들 때 더 풍부하고 멋있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면 삽질도 하고 '에이! 헛수고했네!!'하는 생각 드는 사건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거에 대해 기분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어요. 힘들었는데 노력한 것을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일단 keep 해놓자' 
'이거 언젠가 쓰일 거고, 정말 요긴하게 쓰일거야'
'이거 내거니까 다 내 안에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걸 버리지 말도록 해요.

시간이 있을 때 작은 것이라도 보고 관심을 가지고요. 깊이 알지 않아도 돼요.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찾는지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직접 쓰지 않아도, 주변에 비슷한 것 찾는 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정보를 드리면 우선 그 분에게 도움이 되고 그런 도움이 돌고돌아 또 자신에게도 오는 것이니까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CwMJDpXjy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