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앎이야기

머리 아픈 날

윤크라테스 2019. 7. 3. 09:00

가끔 책을 많이 보거나 생각을 많이 한 날,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빨리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고요. 

 

하루는 '왜 아프지?'라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봤던 글과 내가 했던 생각들이 지금 내 뇌 안에서 통합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머리 아픈 게 왠지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내 안에서 뭔가 열심히 작용이 일어나는 중이니까요. 이럴 때에는 좀 기다려주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요즘 삶이 너무 바쁘다 보니까 가끔은 저 자신이 어떤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뭔가를 처리하면 제 효용 가치가 증명되는 것 같아서 자꾸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성공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해, 가치가 있어' 이것을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제 안에서 정말 작동되는지 확인하려면, 제가 그닥 좋지 않은 상황에서야 제대로 테스트되겠죠. 그래서 마음이 들쑥날쑥한 상황을 자꾸 만나게 되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머리 아픈 것을 포함해서 몸이 아프거나 뭔가 불편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빨리 제 컨디션을 찾아야 해결해야 할 것들을 처리할 수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것이라면 나를 위해 조금 기다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 하필 이럴 때 아픈거야!' 이런 식으로 아픈 나에게 짜증내고 다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 아프지? 왜 불편하지?' 이렇게 나에게 묻고,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거나 아니면 그것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입니다. 그럴 때 속도를 늦추고, 나를 한번 돌아보고, 조금 천천히 가는거죠. 저도 이 연습을 더 해야겠습니다.

 

괜히 바쁜 마음을 갖는 것은 길게 봤을 때 그렇게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가끔 '뭐 때문에 이렇게 바쁜가? 나는 이렇게 바삐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는가?'라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휑한 느낌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아무것도 의미 없게 느껴져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 바에는 내 마음의 속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 듯 합니다. 그냥 꾸준히 하루 일정 속도로 일정 분량 일을 하는 게 결과도 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마음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가자..' 그럽니다. 아픈 나도 나고, 건강한 나도 나고.. 상태가 좋은 나도 나고, 나쁜 나도 나고.. 다 나니까 그런 나를 천천히 잘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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