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강풀 작가에게서 일에 대한 힌트를 얻다

윤크라테스 2019. 6. 14. 09:15

강풀 웹툰 작가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내용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저는 그분의 팬입니다. 그 분의 만화를 좋아합니다. 감동적인 내용이 나오면 혼자서 훌쩍거리기도 합니다. 강풀 작가는 사람의 감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의 만화는 많이 봤지만 강의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분 말씀으로는 종종 특강을 한다고 하더군요. 

 

강풀 작가는 만화가로 데뷔한 지 22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날 강연 내용 중에 도움 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의미 있었던 것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글 쓰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써야 하는 글의 성격은 다르지만 저도 또한 글 쓰는 사람이기에 직접적인 도움 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삶에 대한 자세'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변화를 시도한 것,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일에 대한 것..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삶에 대한 자세'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1. 변화에 대한 것

강연에서 강풀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알기 전에는 몰랐었는데.. 그는 웹툰계에서 여러 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만화계에서는 시조격이고, 스토리가 있는 웹툰을 시도한 것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로서는 만화 업계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인데, 일을 하면서 '현재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현상 유지가 안 될 것 같으면' 변화를 모색했다고 합니다. 지면 만화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것을 실감하고 모색한 것이 온라인 상에 포트폴리오 식으로 만화를 올리게 된 계기였고, 생활툰으로는 한계를 느껴 방향을 전환하고자 시도했던 것이 몇 개월 간 스토리 라인을 구상하여 웹툰을 그리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운이 좋았다'라고 했습니다.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는데 자신은 우연히 제일 앞에 서 있었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그 표현이 재밌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뇌했을까, 그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변해야지!' 한다고 변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끈질긴 고민이 변화를 결심하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2.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저는 강풀 작가의 그림이 '단순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토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그의 단순한 그림이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여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강풀 작가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그림 못 그린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청중들이 좀 깊이 공감하는 리액션을 했나 봅니다. 그는 너무 동의한다고 말하는데, 그 순간 빵 터졌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던 건 아니었고, 대학생 때 대자보 만화 그리기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나 봅니다. 그래서 작가로 데뷔한 케이스라고 합니다. 만화가가 된 이후로 정말 노력을 했는데도 그림이 원하는만큼 늘지가 않더랍니다. 그래서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다'라고 결국엔 인정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니까 편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렸고, 괴로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계를 인정하고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만화는 그림과 글로 구성되어 있다!"

글은 바로 이야기죠. 그래서 그는 그림보다 스토리, 이야기, 글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작업할 때의 스토리보드, 원고 등을 살짝 보여줬는데, 대단했습니다. 매우 치밀하고, 노력하는 작가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들의 작업 환경을 살짝 보기만 하는 것도 큰 힌트가 됩니다. 

 

 

 

 

3. 일에 대한 것

그가 일에 대해 해 준 몇 가지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지금의 제게 너무나 필요한 처방이었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에 대해 한 이야기였는데, 재밌는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조금만 딱 들어보면 '재밌겠는데!' 이래야 한답니다. 저도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이것은 어떤 일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같이 연구하는 사람들은 누가 '무슨 연구해요?'라고 물어보면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쓰고 있는 논문에 대해서도 '이건 무슨 논문이에요?' 라고 물어보면 한마디로 말할 수 있게 나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작업창을 열어라."

다음으로 '작업의 자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하면 능률도 능률이지만, 다른 일을 하다가도 작업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합니다. 요즘에 좀 나태했던터라 제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를 보며 창조하는 일은 자신을 계속 돌아보고 자꾸 자신을 작업장으로 되돌리고 되돌리는 꾸준함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번의 습작보다 한 번의 실전작이 낫다."

이 말도 너무 확 와닿았습니다. 하나라도 완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죠. 제 경우를 봐도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신나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그 아이디어 중 하나를 제대로 잡아서 글을 시작하고, 생각을 전개해 나가서 논문을 완성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완성해서 되는 게 아니라 투고를 하고 수정 작업을 거쳐 게재까지 해야 하는 것이죠. 이번에는 기한을 두고 이걸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웹툰이 아닌 작가로서의 강풀 작가와의 만남은 지금의 제게 시의적절했습니다. 역시 필요한 것은 오게 되어 있음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얼마나 많이 듣고 알았냐보다 들었던 것 중 하나라도 제대로 지키는 게 진짜 중요하겠죠. 이번엔 '일에 대한 것'들을 지켜보려 합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고, 그 항목들이 서로 연관되는 것이니 충분히 가능할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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