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자주 뵈니 반가워요.. 탁현민 @ 유시민의 알릴레오

윤크라테스 2019. 6. 26. 09:00

요즘 탁현민씨를 자주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이번엔 [유시민의 알릴레오]입니다. 알릴레오에 출연한 탁현민씨는 참 편안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두 분의 친분이 두터워서인 듯 합니다. 대화 중에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유시민 작가에게 상의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유작가님은 탁현민씨가 마음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형같은 분이신가 봅니다. 그리고 대화 내내 유작가님 목소리도 표정도 참 따스했습니다. 그래서 탁현민씨도 마음이 더 편안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재밌는 방송이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탁현민씨가 대통령의 행사에 대해 설명할 때였습니다. 행사의 종류를 나누고, 종류별로 세세하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그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20개월 동안 수많은 대통령의 행사를 준비하며 참 많이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 일을 깊이 사랑했고, 또 그 일을 하는 동안 행복했음이 전해졌습니다. 

 

그가 국가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재밌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국가 지정 행사를 할 때에는 여러 제약 조건과 이유로 항상 같은 형식의 행사를 할 수밖에 없어서 나중에는 '대통령이 나오시는 문이라도 바꾸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 표현이 너무 재밌으면서도 그가 자신의 일을, 그리고 그 일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하던대로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텐데, 오히려 좀 더 좋게 해보려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면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을텐데, 그래도 그 행사를 지켜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전혀 바꿀 여지가 없어 보이는 그런 상황인데도 '대통령이 나오시는 문이라도 바꾸고 싶은', 어떻게라도 변화를 주고 싶은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그의 행사는 매번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다음 행사를 기다리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이 간절하면 못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꽉 짜여진 듯 보이지만, 물샐 틈이 없어 보이지만, 미세하게 노려보면 틈이 보이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 돼!', '어떻게 할 수 없어!', '손 댈 여지가 없어!' 이렇게 하기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고, 노려보고, 째려보고 하는 노력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까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날 때까지요. 생각이 날 때까지 생각하는 게 그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모든 행사를 해내니 그의 주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그가 청와대에서 나올 때, 그가 표현하길 자신이 일생동안 받았던 가장 좋은 제안들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제안들을 모두 거절하고 무보수 봉사직인 '대통령 행사 자문'을 맡았습니다. 유작가님이 국가에서 정해진 자문료가 빤한데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했는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블랙리스트로 7년간 살다보니 버는 것에 대한 조바심이 없어졌다

 

 

참 재밌고도 울컥한 답변이었습니다. 정말 능력 있고, 일을 사랑하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외부 누군가의 제재로 7년간 아무 일이 없었다니요.. 얼마나 분통이 터지기도 하고 암울하기도 하고 그랬을까요? 이 때 심경을 썼던 책이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입니다. 그런 그를 보며 내가 만약 잠깐 일이 없거나 하더라도 너무 암울하게 여기진 말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관련 링크: 흔들흔들.. 괜찮아요..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by 탁현민

 

언제 끝날지 모를 것 같던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꿈같이 자신의 쓸모를 모두 발휘하고, 그리고 다음 쓰임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지금 좋아도 지나온 힘든 시절을 되돌아보며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있고, 너무나 힘들었다며 푸념할 수도 있는데 (어디에서는 그렇게 할수도 있겠지만) 그의 시선이 과거를 향하지 않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를 보며 그의 마음은 지금 여기에서 내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수하지 않고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대상을 잘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삼가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우리네 어른의 마음이 이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무대연출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서커스와 남한의 영상, 음향, 스토리텔링을 합치는 그런 서커스공연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세계적인 공연이 될 수 있을거라고 하는데요, 저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로 그렇게 멋진 꿈을 꾸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https://youtu.be/vC0rtc0BO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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