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제임스 홀리스 저
이번에도 제목에 있는 '마흔'이라는 단어에 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중년에 겪는 다양한 내적 도전과 외적 도전에 대해서 위기로 여기고 혼란스러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도전과 위기로 여겨지는 것들을 통해 결국에는 '지금껏 나라고 알고 살았던 것이 진정한 나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하고, 그 과정을 지나가며 균형잡힌 본래의 나로 이동하게 돕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융심리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우리가 익히 단어로 잘 알고 있는 페르소나, 개인화, 컴플렉스 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전공교재를 통해 배울 때는 개념을 위주로 배우니까 지식으로 익혔는데, 이 책에서는 인생의 중반이라는 상황 속에서 여러 측면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꺼운 책도, 큰 책도 아닌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록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노트를 옆에 끼고 빼곡이 적어가며 읽었답니다.
"과거의 상처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로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p.200
담담하게 쓰여진 구절이지만.. 저는 읽으며 마음 한켠이 아렸습니다.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도, 내 주변 사람도 덜 미워하고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우리 안에는 상처받고 두려워하며 상호의존하거나 보상 속에 웅크리고 숨어 있을 단 한 명의 아이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한 무리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유치원과 같다. 한 교실 안에 익살꾼·예술가·반항아 등이 모두 함께 있으며, 이 아이들은 세계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거의 모두가 무시당하거나 억압받았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p.224
이 대목에서 '풋'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내면아이라고는 많이 들어왔지만, 한 명이라 생각했지 여럿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유치원이라니요! 제 안에 우글우글 있을 내면아이들이 떠올라 잠시 미소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거의 모두가 무시당하거나 억압받았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 내면아이들 중에 제가 진정으로 만난 아이들은 얼마나 있을까? 앞으로라도 진심으로 만나려 노력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삶은 사실 분명해질 수도 쉬워질 수도 없다. 그래도 삶은 선택이며,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쉽지 않다. 우리가 스스로의 깊이를 두려워하며 그 누구도 이를 추구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흔에 들어섰다면 당신은 이제 누구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p.229
책에서 말하는 2차 성인기는 1차 성인기를 지나오며 형성해 온 자신의 모습 내려놓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중간항로'를 거쳐야 맞이한다고 합니다. 이제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저 자신에게 허락받을 수 있는, 저에게 허락받으면 되는 나이 '마흔'입니다.
책에 언급된 융의 이야기를 읽으면 약간 딱딱한 것 같으면서도 삶 자체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지면서... 미지의 세계로 다시 떠나는 여정을 응원하는 듯 해서 뭉클집니다.
"그는 무한한 그 무엇과 연관되어 있는가? 이는 그의 삶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질문이다.
(...)
우리가 이 세계의 삶에서 이미 무한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이해한다면, 욕망도 태도도 바뀐다. 마지막으로 분석해보면, 우리는 우리가 구체화하는 본질로서 가치를 갖는다. 본질을 구체화하지 못한다면, 삶은 의미가 없다. - 융"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p.216
이 책은 중년에 자신을 향한 새로운 여정에 대해 융 심리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소 전문적이라 느껴질수도 있지만 책 전체로는 따뜻함과 위로와 격려가 담겨 있어서 그렇게 어렵거나 또 혼난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갑자기 엄습하는 외로움이나 허탈감, 어떤 감정상의 동요로 마음이 힘들다면 한번 읽어보시면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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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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