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전공 중년아미의 BTS이야기

생각할수록 감탄하는 BTS의 [페르소나] 앨범의 의미

윤크라테스 2019. 5. 6. 10:21

[페르소나]... 이번 앨범을 보면 볼수록, 방탄의 인터뷰 내용과 수상 소감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번 앨범의 이름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방탄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적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이번 2019BBMAs에서의 공연에서 그들의 아우라는 독보적이었습니다. 세계적 탑클라스 누구와 함께 있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할시와의 콜라보는 방탄이 자신들만 있을 때 몰랐던 포스를 더욱 확인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다시 말해, 방탄만 있을 때는 '방탄이구나' 했다면, 할시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방탄이 저 정도 클라스구나!!' 이런 비교랄까요?

 

어제 우연히 [A Supplementary Story : You Never Walk Alone] 곡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그들에게는 날고 싶어도 날개가 없었습니다. 신은 그들을 너무나 외롭게 했고, 소수의 아미를 제외한 모두가 그들을 외면했습니다. 그 곡을 듣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ㅠㅠ

 

그에 비하면 이번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자연스레 대비가 되었습니다. 방탄의 처음과 비교하면 완전히 극적인 상황입니다. 아미들의 손으로 한땀한땀 만들어진 날개는 이제 세상을 덮을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방탄과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달라진 그들의 위상만큼 그들을 대하는 대우도 달라지고, 그들에 대한 기대도 달라졌습니다. 

 

계속 커져가는 세상의 기대는 방탄에게 크나큰 부담일 겁니다. 그러나 방탄은 자신들의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역할은 새로운 가면입니다. 그들은 용기내어 새로운 역할, 즉 가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가면, 페르소나.. 하면 [융의 영혼의 지도] 책이 이제는 절로 떠오릅니다.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페르소나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삶의 단계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페르소나들이 나타난다. (176쪽)

[페르소나 변화] 자아의 원형적 핵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지 않지만, 페르소나는 생애 과정에서 여러 번 변경될 수 있고 변경되는데, 이것은 변화된 환경에 대한 자아의 지각이나 그 환경과 작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176쪽)

사람들은 치료 요법을 통해, 그리고 삶의 발달 과정에서 진정으로 변화된다. 적응 방편으로서의 페르소나는 변화를 위한 크나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자아가 옛 형태를 기꺼이 수정하려 한다는 사실을 감안해볼 때, 페르소나는 점차적으로 유연해질 수 있다. (181쪽)

 

방탄은 그동안 활동하면서 내적 성찰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멤버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는데, 아마 그런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각자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자신들에게 음악과 무대는 무엇인지,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힘듦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할지,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이요.

 

페르소나는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과 양립하므로 자아가 편안하게 여길지는 모르지만,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자아에게는 이질적이다. (160쪽)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무리 멋지고 좋은 가면이고, 내가 원하는 가면이라도 가면은 가면입니다. 자아가 아닙니다. 방탄은 2019 BBMA 시상식에서 '자신들은 여전히 6년 전 그 소년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자신과 가면을 정확히 분리합니다. 그래서 방탄이 참 대단하다 느낍니다. 

 

 

 

 

페르소나 발달에는 두 가지 난제가 잠재되어 있다. 하나는 페르소나와의 지나친 동일시로, 세상살이에 만족하고 적응하는 것이 지나쳐 이렇게 구성된 이미지가 성격의 전부인 양 믿게 된다. 다른 문제는 외부 대상 세계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내면세계에만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이다. (172쪽)

 

TMA에서 RM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중에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들은 항상 지금을 의식합니다. 그들은 언젠가 올지 모르는 끝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그것이 오지 않게 억지를 부리지 않습니다. 지금의 영광과 영화가 영원할 것처럼 취해 있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서로 장난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서 '내일이 없는 00'라고 우스개로 제목이 달려 있곤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도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즉 '오늘에 집중하고 오늘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연히 팀 페리스의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에서 방탄과 콜라보를 했던 스티브 아오키를 발견했습니다. 그에 대한 챕터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때 술에 탐닉하는 세월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느날 그를 방문한 어머니를 공항에서 모시기로 했는데, 그가 술에 취해 어머니를 공항에서 3시간이나 기다리시게 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어머니에 대한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죄송한 마음을 경험한 이후로 술과 파티의 거품 생활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내가 누구인지에도, 내 삶에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 대해 팀 페리스는 이렇게 부연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노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는 늘 더 멀리 가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더욱 각별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소중한 것들은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멀리 가는 이유는 다시 가까운 곳으로 돌아오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313쪽)

 

방탄은 거대해진 날개로 어디든 날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들은 자신들의 근원이 되어준 아미에게 돌아오겠다고, 그리고 함께 날자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그들의 가면은 계속 변할 것입니다. 그들의 날개 또한 계속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자신, 그들의 음악과 무대를 향한 초심, 그들을 있게 해준 사람들에 대한 진심은 그들의 본질이 되어 변치 않을 것입니다. 

 

이들을 보며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들만큼 드라마틱하지 않고, 영향력이 거대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계속 변하고 때로는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거두며 새로운 위치로 향합니다. 그럴 때 내가 있는 그 자리, 그 역할이 좋을 때에는 그 가면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힘든 곳에 있을 땐 그 가면이 내 것이 아니라 투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내가 잠시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그 때에 나에게 날개가 되어준 소중한 이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지 점검해야겠습니다. 지금은 잠시 높이 멀리 와 있지만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Home]임을... 그리고 그 [Home]이 있기에 내 머나먼 여정을 용감하게 나설 수 있고, 또한 여정이 의미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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