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by 박효신
오늘 아침의 pick입니다.
이제 여름이 오려는지 약간 더운 아침에 이 노래를 듣다가 울뻔했습니다. 학교 가는 길이어서 감정을 추스리려 애쓰다가, '왜 그러야 하는데?' 하며 굳이 추스리지 않고, 오히려 감정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미쳤다'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슷한 연령대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 느끼는 감동이 있습니다. 특히나 박효신씨는 가수를 한 기간이 오래되었고, 창법이 다양하게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노래를 들으면 자신의 몸을 악기처럼 다루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는 고등학생 때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얻고, 이른 나이에 성공을 맛보기도 했지만, 갖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련의 날들이 오히려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스스로 확인한 시기였는지도 모릅니다. 그 시간들을 겪어 넘기며 자신의 삶에는 '오직 노래 뿐'임을 다지고 또 다진 듯 합니다.
전에 어떤 콘서트의 엔딩에서 자신을 '가수'로 기억해달라고 했었던 것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또 울컥했습니다. 그가 콘서트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 동영상을 보면 '참 꾸준하다', '정말 노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노래를 부르는 현재가 너무 행복하고,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키 크고, 외모 멋지고, 목소리 좋고, 실력 있고, 인기 있고, 끼도 있고, 건강하고... 이 정도 되면 다른 데 눈 돌릴 법도 한데, 오로지 외길 인생으로 노래만 바라보고 살아온 것이 전달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경지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절제하고 노력했을까요.. 박효신씨를 두고 사람들이 '천재가 노력까지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합니다. 타고난 그가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면 제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되고 또 겸허해집니다.
전에 [너의 노래는]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정재일씨와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도 나이를 먹는 것을 느끼는지 예전에 되던 게 안 되거나, 생각대로 안 되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음악에 대해서는 경지에 이른 그라서 시간이 흘러도 별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아무 걱정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 예민해지고, 그가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창 노래를 부를 때는 언제까지나 부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영원한 것은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아련하고, 더 귀한 것 같습니다. 그가 노래에 대해 느끼는 것도 그렇고, 그런 그를 보며 제가 느끼는 것도 그렇습니다.
Goodbye...
이 곡은 떠나 보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 놓아준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과거의 어떤 사람일수도 있고, 기억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변치 않았으면 하고 집착하고 있던 그 무엇일수도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모든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중년이 지나면서 다가오는 변화는 즐겁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받아들이는 것들을 통해 지금까지의 내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더 충만하고 아름답게 완성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을 때처럼 힘, 패기, 기교는 부릴 수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내게 익숙하던,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씩 놓아주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가수, 연기자 등 유명인에 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박효신은 정말 신이구나..하게 하면서도, 마음 뭉클하게 하고, 눈물 나게 하고,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곡..
[Goodbye]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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