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당신의 오늘을 살아가세요 - 김혜자 선생님 수상 소감

윤크라테스 2019. 5. 3. 09:33

 

김혜자 선생님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이 화제입니다. 저도 어제 그 장면을 봤고,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눈물짓는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또 감동을 받았고,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배우들의 눈물에서 연기를 향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배우들의 외모는 항상 이중잣대의 대상입니다. 외모가 평범하면 배우답지 않다 하고, 외모가 뛰어나면 외모에 집중합니다. 배우들의 화려한 외모, 다른 조건들은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입니다. 그들의 연기를 향한 진심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에서는 뒷전입니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연기일텐데, 그것을 평생,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일텐데, 그런 진심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합니다. 

 

어제 선배 연기자의 소감 발표를 보며 흘리는 후배 연기자들의 눈물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배우들이 누리는 것을 너무나 부러워하고 또 시샘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치뤄야 할 대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그들의 조건과 꿈 사이에서 계속해서 줄타기를 위태롭게 하며 자신들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과정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연예인들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자신들이 누리는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주어지는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들에게 70대 김혜자 선생님이 지금 보여 주고 있는 연기 인생은 크나큰 위로이자, 가야 할 길을 알려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2~30대를 가장 아름다운 시기, 절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이전은 준비기간이고, 그 이후는 물러나야 할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100세 인생이라 말하지만, 우리 사회가 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찬미하는 기간은 너무나도 짧습니다. 연예계에서는 더합니다. 20대 후반을 지나가면 벌써 어르신처럼 대하고, 40대 이후는 10~20대 최고 히트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 미루어버리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한 인간의 소중한 일생의 대부분을 엑스트라처럼 살아가게 만듭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김혜자 선생님의 "눈이 부시게"와 백상예술대상 대상 수상은 그 의미가 큽니다. 그녀는 평생을 연기자로서 연기하는 삶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삶은 우리가 한 사람의 일생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 시각은 그녀를 바라보고 감동하는 각자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한 배우가 드라마 속에서 잠깐의 주연과 대부분의 조연을 하듯이,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잠깐의 주연과 대부분의 조연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주연을 한번도 못 맡을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여기고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그렇게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기를.. 어떤 이유와 상관 없이 각자 자신의 삶은 소중하다는 것을 김혜자 선생님은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삶이 다 하는 날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보여주는 그 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 김혜자,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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