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아프지만 인정하자..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성유미

윤크라테스 2019. 6. 3. 09:00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성유미

 

'친구가 친구가 아니었음을 깨달은 당신을 위한 관계심리학'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했지만, 어쩌면 정말 필요한 것들 중에서 미처 배우지 못한 것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점을 가장 먼저 느꼈습니다. 

 

삶에서 해결할 수 없는,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는 어려움들은 꼭 배워야 하는데 배우지 못했던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쳤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 경험 체계에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는 것이죠. 그런 어려움은 강도 높은 고통이 되고, 가끔은 내 삶에 흉터를 남긴다.

 

책을 읽는 동안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지 못했던 한 가지가 무엇이었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나를 보호하는 법'이었습니다. 그 방법은 둘째치고, 나를 보호하는 것이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만 알았어도 훨씬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이것은 최근에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되었고, 또 연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관계심리학'에 대해 다룬 책이므로 당연히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다양한 사례가 나옵니다. '공감'과 '배려'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공감에 대해 이런 표현이 매우 와 닿았습니다. 

 

  • 공감은 중독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희소한 자원이다.
  • 공감은 마음의 일용할 양식이다.

인간관계에서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 중에는 공감과 배려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감과 배려를 잘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상황이 여의치 않는데, 자신이 원하는 상대가 아닌데, 자신이 원하는 때가 아닌데 강요당한다면 고통이 됩니다. 여기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공감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222쪽)

 

타인들의 자기중심적 욕구에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씁씁하지만 다음 구절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아프지만... 사실입니다. 

 

한 번 맛을 본 쪽에서 배려한답시고 알아서 물러설 일은 없기 때문이다. (54쪽)

 

 

 

 

자기보호는 '일상이 불편해지는 상황'을 조절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보호'라고 하면 공격이 왔을 때 방어하는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건 다소 수동적인 느낌입니다. 그저 방어하는데 급급한 삶을 산다는 건 너무나 지치고, 무엇보다 즐겁지가 않습니다. 누구나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그러려면 보다 적극적인 '자기보호'가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진정한 자기보호'라는 표현이 매우 와 닿았습니다. 진정한 자기보호는 이런 것입니다. 

 

  • 줄 때 주고, 베풀 때 베풀더라도 내게 무엇이 있는가, 얼마만큼 남았는가, 정도는 알고서 하는 것. 그러면 과하게 비용이 나가도 억울함이 남지 않는다.
  • 생각보다 자신을 지키는 데는 큰 용기와 세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 번 제대로 해두면 같은 이유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73쪽) 

 

제 사례를 생각하자면... 저는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고, 노력하면 상대가 저를 알아봐주고, 저절로 저를 아끼고 보살펴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난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아픔은 사람들은 저를 '필요'로 본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머리가 좀 좋고, 재능이 있고, 착한 애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세상에서는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좀 예민하게 굴고 까칠한 것은 일종의 자기보호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자기보호에도 요령을 익혀가야 하는 부분이겠죠. 

 

사소한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렇게 예민하게 어떻게 살아요?"하고 묻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두 가지에 대해 예민해진다고 해서 인생이 어떻게 되진 않는다. (...) 다시 한 번 되새기자. 자신의 감정은 소중하며 사소한 감정이란 없다는 것을. 이런 과정을 소중히 여길 때 '거짓자기에서 참자기로' 자아의 스위치가 전환될 수 있다. (184쪽)

 

 

 

 

 

자신이 가진 재능들으로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휘둘리다 보면 자신의 재능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재능은 축복인데, 자신을 피곤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 느낄수도 있습니다. 상황을 제대로 다룰 수 없어서, 스스로 자신과 관련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불행입니다. 

 

그래서 누구든 자신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부터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필요에 응할 수 있지만, 응할지 말지 여부와 어느 정도 관여할지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 관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가 필요에 나를 찾듯이 나도 또한 필요로 어떤 사람을 찾는 상황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굳이 맞춰줄 필요는 없다. 인생은 좋은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것보다 보내야 할 사람을 '제때' 보내지 못할 때 더 크게 훼손되는 법이다. (62쪽)

 

인간관계는 살아가는 동안 계속되는 과제이자 주제입니다. 인간관계는 만남과 헤어짐이 계속 반복됩니다. 그리고 변화합니다. 관계에 대해 다음 구절들을 참고로 한다면 좋을 듯 합니다.

 

  • 다시 만날 것처럼 손을 놓아라.
  • 지금이 좋은 때가 아니면 비껴 지나가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 어쨌거나 관계의 마지막은, 다시 사랑할 용기
  • 아프더라도 사람을 겪어내야 한다.
  • 항상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 배신은 아프고 싫은 것이지만, 배신이 나를 죽이지는 못한다. 그저 아주 작은 관계의 실패일 뿐이다. 

'항상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에서 성공과 실패를 너무 따지다 보니, 인간관계에서도 항상 성공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성공이란 '모든 사람들과의 항상 좋은 관계'라고 잘못 인식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인간관계에 대해 왜 힘들었는지에 대해 저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프지만 필요한 경험이랄까요. 제가 계속 느끼고 있던 '자기보호'에 대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저와의 관계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한 단계 성장하는 시기에 만난 의미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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