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단순하게, 산다] by 샤를 바그네르

윤크라테스 2019. 6. 22. 09:00

[단순하게, 산다]라는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책입니다. 아무 정보 없이 선택했는데, 이 책은 매우 유명한 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게 이미 9판이었고,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민들에게 추천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초판이 1895년에 발간되었는데 지금, 여기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듯했고,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역시 지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보통 '단순하다', '단순한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아무 생각이 없을 것 같고, 쉬운 상대일 것 같아서 그리 좋은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너 왜 이렇게 단순하냐..'라는 말이 칭찬인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단순하게 살라'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단순함은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 상태이다. 단순함의 주된 존재 이유는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데 있다. 따라서 인간다운 인간, 즉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인 사람은 단순하다. (33쪽)

저자의 정의대로라면 '단순하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단순함이란 능력은 생물학적으로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의 결과물이다. (35쪽)'라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바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삶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목차 -

복잡한 삶
단순함이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라
단순하게 말하라
단순한 의무
욕구를 단순화하라
단순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라
장사꾼 근성과 단순함
명성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선행
세속적 사회와 가정생활
단순한 아름다움
사회적 관계에서의 자존심과 단순함
어떻게 단순함을 가르쳐야 할까
결론

 

목차만 봐도 단순한 삶이란 어떤 삶이며, 어떤 방면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욕구를 단순화하라'는 저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어서 매우 공감되었습니다. 욕구가 단순하면 신경 쓸 일이 훨씬 줄어듭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부담을 확실히 줄일 수 있고, 다양하고 복잡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돈 등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여유를 확보할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이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기억하고 실천할 내용이 많아서 정말 열심히 적고 또 적었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 구절을 보면서 깊이 공감했고 또 비유가 너무 적절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갈증을 해소하려고 연못의 물을 몽땅 퍼낼 필요가 없듯이, 이 땅에서 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46쪽)

 

요즘 학생들을 보며 '정말 공부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더 부족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세계적으로 지식과 정보가 팽창하는 속도는 어마어마합니다. 우리가 책으로 만들어진 교재를 통해 배우는 것은 한 분야의 지식을 매우 축약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교재는 자기 분야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추상적이고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 되는데, 그게 몰라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당연히 내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을 뿐더러, 알 수도 없습니다. 적당히 배우면서 활용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어떤 일을 완벽하게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면 아예 시작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하는 '당장 시작해라', '하면서 배워라',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런 말들을 용기내어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글1: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바로 뛰어들자 - 탁현민 특강에서

   관련글2: 강풀 작가에게서 일에 대한 힌트를 얻다

 

 

 

 

다음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다음 구절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과학적 진실을 탐구하거나 종교 간의 합의를 추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63쪽)

 

인간관계, 치유, 성공에 대한 책을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 신중할 것'을 자주 언급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라면서 주변 어른들에게 배운 것은 그와는 반대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좋은 사람들하고만 지내냐?', '세상에는 원래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는 거다'...

 

맞습니다. 좋은 사람들하고만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다 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고, 서로 존중할 수 없는 인간관계인데 그 관계를 좋게, 의미있게,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애쓸 이유는 없습니다.

 

그 에너지가 과학적 진실을 탐구하거나 종교 간 합의를 추구하거나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인간관계는 힘든 것이었던 겁니다. 이제는 '진실'을 알았으니 자신의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내 삶 속 관계를 그래도 복잡하게 이끌고 갈지, 아니면 단순화하고 그 에너지를 과학적 진실을 탐구하거나 종교간 합의를 추구하거나 정의를 실현하는 등 의미 있는 곳에 쓸지 말입니다.  

 

 

"단순한 의무를 다하고 기본적인 정의부터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삶의 활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려운 의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거나 불가능한 일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의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걸 등한시하기 때문에 활력을 상실한다. (84쪽)

일상 속 단순한 의무를 귀찮은 것,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된 일상적 의무도 자꾸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 합니다. 만약 이런 사람을 상사로 두었을 때는 그의 온갖 일상에 관련된 일을 심부름시킵니다. 그는 자신이 중요한 일로 여기는 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을 종종 봤습니다. 그들의 심부름도 많이 해봤습니다. 그들을 보며, 사람이란 자신이 채워가는 일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런 자신의 일상적 일들을 귀찮고 하찮게 여기는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가까이 갈수록 제게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갈수록 멋지게 느껴지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갈수록 좋은 사람, 더 가까워지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정직하게 사는 것, 나답게 사는 것, 나름의 선행을 행하며 사는 것 등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 가치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신념에 대한 것을 다른 사람의 실천을 통해 확인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한번 힘을 내게 됩니다. 세상이 그래도 그럭저럭 더 나빠지지 않고, 크게 볼 때는 더 좋아지는 것같은 이유는 책에서 말하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선행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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