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거장의 삶을 살짝 엿보는 시간.. 조수미 @ 대화의 희열

윤크라테스 2019. 7. 22. 09:00

 

[대화의 희열]을 참 좋아합니다. 처음 이 프로가 기획될 당시 관련 기사를 기억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담당 작가가 유희열씨를 두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이유가 "유희열씨가 잘 생겨서"라고 했었습니다. 너무 재밌는데.. '아니다'고 말할수는 없겠더군요. 저도 유희열씨 팬이거든요. 

 

이 프로그램은 시즌1도 좋았지만 시즌2에 와서 더 깊이가 있어지고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연배가 좀 있으신 게스트들의 경우, 그 분들의 지나온 삶을 잘 조명해주어서 이 내용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또 깊이 감동을 받습니다. 성악가 조수미씨의 에피소드도 그렇습니다.

 

1. 세계 최고라는 멋진 삶과 그것을 받치는 신성한 일상

언젠가부터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신체 기량을 통해 무엇인가를 하시는 분들의 일상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입이 떡 벌어지곤 합니다. 보통은 예술가나 운동선수들의 노력의 결과가 주로 부각이 되고, 그들이 그렇게 하기까지의 과정은 잠깐의 에피소드처럼 보여지곤 했습니다. 그에 비해 요즘엔 그러한 노력의 과정이 더 자세히 주목되는 것 같습니다. 그 덕에 그 분들의 일상을 알 수 있고, 일반인으로서의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번 조수미씨 에피소드에서는 최고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드러났습니다. 꼭 그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고, 절제하는 삶을 평생 살아오시다 보니, 대화 도중에 자연스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성대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시는 방식이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공연 후 뒷풀이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9시면 잠자리에 드신다거나 하시는 것 등이 예입니다. 

 

사람들은 작은 욕망에 쉽게 항복합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하다가도 음식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운동을 해야겠다 하다가도 날씨나 컨디션을 이유로 대며 쉽게 미룹니다. 술을 먹지 않아야지 하지만 꼭 참석해야 할 자리가 아닌 것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지만 그래도 가버리고 맙니다. 일반인과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 사이의 차이점은 평소에 지켜야 할 작은 것들을 지켜내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지켜내야 하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목적을 위한 절제여야 하는 것입니다. 조수미씨처럼 음악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위한 절제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조수미씨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극도의 절제가 압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유희열씨도 자신에게 그런 삶을 살라고 하면 못 살겠다고 했을 정도로), 그 분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런 내적 갈등은 없으신 듯 했습니다. 이것은 '결핍을 대하는 마음'과 연관되는 것입니다. 

 

 

 

2. 원한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없다.. 결핍을 대하는 마음

조수미씨는 음악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부족함이 많았고, 제대로 음악을 하는 과정에서도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카라얀의 말씀처럼 인생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놓게 되어 있습니다. 조수미씨의 경우 '음악을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서 그 길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서 내리셨던 선택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선택에 대한 말씀에서 너무나 담담했고, 놓아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회한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어떤 것을 선택해놓고 가지지 못한 다른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합니다. 그렇게 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조수미씨를 보며 거장들은 이런 면에서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결단을 내리고, 거기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가지지 못하게 된 것, 가지 못한 길을 다시 돌아보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에너지와 시간을 아낍니다. 자신이 더 나아가는 데 집중합니다. 

 

조수미씨의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셨다고 하는 '셈치기 놀이'도 인상 깊었습니다. 부족한 것,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데뷔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리셨을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지만 '계시는 셈치고' 공연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거기 계셨을 겁니다. 이번에 어머니에 대한 곡을 모은 앨범 중 [바람이 머무는 날]에도 그런 비슷한 느낌입니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 함께 있을 수 없었고, 앞으로 떠나보내드릴 어머니.. 그렇지만 그렇게 계신 셈 친다면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일 겁니다. 

 

 

3. 변하고 사라지는 것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마에스트로 카라얀을 보냈을 때,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를 보는 느낌 등에서 세월을 반추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어떠한 위대한 예술가도, 위인일지라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동등한 인간임을 느끼게 됩니다. 때로는 그들의 삶과 성취에 비해 내 것이 초라해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인간 앞에 놓여진 한 번의 삶이라는 의미에서는 평등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를 위한 음반 [Mother]에 대한 이야기와 방송 중 잠깐 들려주신 음악인 [바람이 머무는 날]에서 사람이 하는 예술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살아가는 동안의 경험과 감성이 매 순간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그때그때 그 사람이 하는 행위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감수성과 자신의 경험과 감성을 해석하여 예술에 담는 독특한 해석력이 그 순간의 예술을 만드는 것이고, 게다가 그 감수성과 해석력도 또한 변하기 때문에 인간이 하는 예술은 위대하고 또 신비로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예술을 잘 모르는 저도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고 감성에 젖게 됩니다. 

 

예술가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장하고 성숙하고 또 쇠퇴하는 기량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어려움도 클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변하고 쇠퇴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고, 더 소중한 것임을 잘 아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그 분들처럼 뛰어난 예술을 하거나 인류에 소중한 문화 유산을 남기는 것은 아닐지라도 나라는 존재가 성장하고 성숙하고 쇠퇴하는 그 과정을 신비롭고 아름답게 소중하게 여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xGq1fNcj4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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