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친절하고 따뜻한 선배같은 책... [나이 든다는 것]

윤크라테스 2019. 3. 15. 09:54

[나이 든다는 것] 헨리 나우웬

 

 

이 책의 저자인 '헨리 나우웬'은 네덜란드 출신 로마 가톨릭 사제이자 작가입니다. 꽤 많은 책을 쓰셨고, 국내에도 여러 권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나이 든다는 것'이 뭘까요?

 

 

 

어떤 직업이나 위치에 도달하고 싶다는 목표는 많이 세워왔지만 '나이 든다는 것', 특히 '멋지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기억이 별로 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나이 든 건가?', '나 이제 늙어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좀 무섭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가 이 책에서 찾은 멋지게 나이드는 모습은 이런 것입니다.

  1. 성장의 개념으로 나이 듦을 경험하는 것
  2. 나이 드는 것을 남의 일로 여기려는 성향을 고치고 하루하루 그 실체에 더 가깝고 친밀하게 다가서는 것
  3. 기품 있는 '놓아주기'
  4. 더러 인간 존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따뜻하고 부드럽게 품어주듯 환하게 빛나는 광채를 바라보는 노인
- [나이 든다는 것]
 
제가 어리고 젊은 시절.. 현실에서나 매스컴에서나 좀 늦은 중년 이후의 모습은 좀처럼 발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죠? 평균수명이 늘어서 노인인구는 급증한다는데, 그 분들은 어디에 계신 걸까요? 저도 곧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될텐데 그럼 그 때 저는 어디에 있게 될까요? 나이 듦에 대한 경계와 불안, 낯설게 하는 원인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서구 사회에서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대부분 생산하고 성취하고 소유하고 유지할 능력을 계속 요구하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 이윤을 최우선으로 보는 사회는 노년을 영예롭게 여길 수 없다. 정말로 노년을 영예롭게 여기면, 지금 이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우선순위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 [나이 든다는 것], 43쪽
 

 

자연의 순리인 나이 듦에 대한 인식마저도 사회 시스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것이 다시 '나'라는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제가 문득 느꼈던 나이 듦에 대한 낯설음, 두려움은 이런 것이었나 봅니다.
 
나이 드는 내 모습을 내면 깊숙이 받아들이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노년의 삶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려 할 뿐더러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정적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은 너나없이 자신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늘 변함이 없으리라는 환상을 품고 산다.
 
- [나이 든다는 것], 119쪽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은 '바깥의' 무언가를 소원하고 '내면의' 무언가를 소망한다.
(...)
자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소망이 깃든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년 때부터 시간과 죽음을 바라보는 개념을 바꿔야 한다."
 
- [나이 든다는 것], 76쪽
 
어쩌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런 작업들.. 즉 중년과 나이 듦에 대한 책을 읽고, 거기서 배우고, 저에 대해 정리하는 이런 작업들이 모두 시간과 죽음을 바라보는 저만의 개념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은 매우 얇고, 글자는 작지 않고, 여백이 많고, 그림도 많아요. 그렇지만 주옥같은 말들도 너무 많아서 기억하고 실천하고 싶은 글귀들이 정말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이런 글귀처럼요.
 
자신의 삶에 대해, 누릴 수는 있지만 움켜질 수는 없으며 잠시 맡아 가졌을 뿐 내 것이라고 우길 수 없는 값진 선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 [나이 든다는 것], 128쪽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나 재발견한 이라면 누구나,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풍요롭게 할 독특한 기회를 가진다.
 
- [나이 든다는 것], 174쪽
 
그러니 자연의 섭리로, 어짜피 먹는 나이라면 마음을 어떻게 하는 편이 나에게도 좋고 내 주변에도 좋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할머니의 말씀이자 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나이가 더 든다면 몸은 비록 바삐 움직일 수 없겠지만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기도를 하며 마음만은 열심히, 바삐 움직이고 싶어요.
 
헨리야,
네가 이렇게 멋지게 사는 걸 보니
조금 더 살아서 
후손을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구나.
그럼 할 일이 별로 없는 이 늙은이도
바쁘게 살 수 있을테니 말이다.
 
- [나이 든다는 것], 72쪽
 

읽으면 마음이 매우 따뜻해지는 책, 자신 뿐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늙어가는 모든 대상에 대해 시각을 달리 하는 책입니다. 나이 듦에 대해 갑자기 자각이 되거나, 내가 갑자기 훅 늙었다는 생각이 들거나,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게 점점 없어지는 건가? 이런 생각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매우 얇고, 여백이 많아서 여운 있고,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는, 따뜻하고도 친절한 선배같은 책이니까요.

 

 

 

 

 


여러분의 공감과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과 도움이 된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