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는 금수저

윤크라테스 2019. 3. 13. 10:05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 최성애, 조벽 교수가 전하는 애착 심리학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보통 경제적 조건... 돈으로 구분을 많이 짓습니다. 예전에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그래도 대부분은 '우리 집은 살만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빈곤해, 나는 흙수저야' 이렇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삶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최성애, 조벽 교수는 잘 형성된 애착으로 이루어진 안정적인 정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정서적 금수저'가 되는 것이 삶을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거죠. 여기서 애착이란 이런 의미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

- 존 볼비와 메리 에인스미스의 정의를 인용

-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37쪽

 

애착의 핵심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고, 내 편이 되어줄거라는 믿음과 기대

-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105쪽

 

그런데.. 참 어려운 것이 최초에 애착은 자신의 양육자와 형성하는 건데... 이게 서로가 선택 가능하지 않잖아요. 부모도 자식을 잘 키우고 싶고, 자식도 좋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하고 싶은데, 몰라서.. 혹은 다른 이유로 이게 잘 안 되곤 합니다. 그래서 두 저자는 부모자녀 상담을 할 때 부모의 자라온 배경도 함께 듣습니다. 

 

자녀에게 안정적 애착을 형성해주지 못하는 부모들 역시 자신도 안정적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 경험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 잘 되라고 한 일인데, 그게 잘 되는 길인줄 알고 했던 것인데 지나고 보니 잘못된 방법인 경우도 많다고 하니... 이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인지요... ㅠㅠ 이런저런 이유를 바탕으로 불안정한 정서, 애착의 결과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빈곤한 '정서적 흙수저'가 되고 말아요.

 

저자들이 말하는 '정서적 흙수저'란 "본인의 미래에 대해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판단하고 주저앉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보며... 마음 한 편이 쓰렸습니다. 저도 또한 딱 이런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나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리고 지금 보면 저희 부모님은 저를 매우 사랑하셨는데, 여건이 별로 좋지 않으셨고, 방법을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없어야' 할 일과 '있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합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경험을 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트라우마를 '발달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이는 태내에서부터 성장기까지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기본요소들, 이를테면 양육, 보호, 지지, 정서적 교감, 훈육 등이 없거나 부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외상으로, 일명 '감춰진 트라우마'라고도 합니다.

-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133쪽

 

양육, 보호, 지지, 정서적 교감, 훈육... 이런 것들을 충분히 받으신 분들이라면 너무 축복받으신 겁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충분히 받지 못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난 이런 걸 충분히 받지 못했고, 난 이미 어른인데... 이제 난 어쩌란 말이냐?'

 

이런 항변이 마음에서 불쑥 솟아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애착을 성인이 되어서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애착을 형성하는 서로간에 연습과 자기조절이 필요합니다. 나에 대해 돌이켜보고, 내 어린 시절을 받아들이고, 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책을 읽으면 제 지나온 시간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이해하는 공부과정으로 느껴집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힘들게 했던 사건, 상황과 관련된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로 만들고 미워하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힘들거든요. 이렇게 심리, 치유, 양육과 같은 책을 읽으며 그 상황을 어른이 된 제 입장에서 이해하고, 그 상황에서 외롭고 힘들었던 저를 이해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용서가 되는 사람도 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마음을 많이 위로받고, 또 괜찮아지곤 합니다. 

 

 

 

 

"아동이 어떤 강렬한 경험을 자신에게서 완전히 끊어내야만 하는 경우, 타인에 대한 만성적 불신, 호기심의 억제, 자신의 감각에 대한 불신, 비현실적인 것을 찾으려는 경항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 허먼 박사 & 콜크 박사 

-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148쪽

 

예전에 제가 딱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나이는 어른인데, 마음은 이런 아동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안고 있으며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어른이고, (어른임을 인식하고) 이제 나를 보호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힘도 있음을 알게되니 이제는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타인과 세상에 대한 저 나름대로 신뢰 방식도 생기고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좀 더 좋게 살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문득문득 마음에 불안감이 엄습하거나 삶이 외롭고 피곤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내가 이걸 읽어서 누구에게 이렇게 해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아.. 어린 시절 내 이런 과거 때문에 내가 힘들구나.. 나 너무 힘들게 지금까지 살아왔구나..'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로하고, '내 탓이 아니였어.' 이렇게 부정적 인식에서 한발짝 나오시고, 거기서 더더더 여유가 있으시다면 그 상황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조금 다르게 보기도 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모든 치유와 용서의 시작은 정말 '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많은 어려움과 억울함이 해소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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