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우리 삶에 달려들어요, 우린 그럴 자격이 있어요.. [린 인]

윤크라테스 2019. 3. 21. 10:10

[린 인 (Lean in; 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 - 셰릴 샌드버그

 

이런 질문.. 실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여자라서 좀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세요?

 

제 경우는 질문처럼 그랬습니다. 딱 드러나게 누가 나를 말리거나 저지하지는 않는데, 왠지 모르게 저항을 받는 것 같고, 내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몇 개 정도 달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곤 했어요. 여러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정 게이지를 올려서 더 달려들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이 대놓고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는데, 뭔지 모르게 힘 빠지고 미안하고, '이 정도까지 했으면 충분한건가?' 이런 생각 드는 느낌.. 혹시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일에 좀 더 몰두하려고 하면, 주변에서 성격이나 인간관계로 공격당한 그런 경험은요?

 

이 책은 여성이 자라나서 사회에서 일을 할 때 맞이하는 저항들의 형태와 강도와 빈도가 얼마나 다양하고 치열한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항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꿈을 포기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좌절해왔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와 이론적 근거로 설명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자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울컥하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제가 여자인 것을 싫어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습니다. 지금껏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 성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죠.

 

(여성은) 자신이 성공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몸으로 느낀다. 힘차게 행동하거나 경쟁심을 불태우는 여성은 사회가 기대하는 틀에서 벗어난다. 성과를 이루려고 업무를 밀어붙이거나 대단히 유능하거나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기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여성은 사람들의 눈에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리고 사람들은 남성처럼 행동하는 여성을 싫어한다. 여성은 사람들의 이러한 부정적 반응에 부딪혀 자신의 직업상 목표를 조정한다. (...)

여성은 사람들의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특히 남 앞에서는 자기 능력을 의심하고 자신이 이룬 업적을 가볍게 취급한다. 여성은 남이 그러기 전에 자진해서 자신을 끌어내린다.

 

- [린 인] 69쪽

 

저의 경우 제 능력에 대해 한 70% 정도 표현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제딴에는 이게 겸손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이 글을 읽고 나서는 '자기의심, 자기방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회나 제의가 왔을 때 'OK!' 하며 뛰어들기보다는 이런저런 것들을 계산하며 주춤거리거나 뒤로 물러서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것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특히 그런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보기에도 잘나가는 여성들 또한 그러하다니...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는 여자라서 차별받았으니 싸워라! 투쟁하라! 이렇게 무턱대고 부추기지만은 않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가 바로 이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상냥한" 태도

협상하면서 늘 집중하고 무엇보다 미소를 지어야 한다.

'생각은 개인적으로, 행동은 공동체적으로'

 

- [린 인] 79쪽

 

위의 글처럼 현 시점에서 행동의 지혜(일종의 팁이라 할 수 있죠.)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꿀팁이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여성간의 연대, 인간으로서의 연대를 강조합니다. 저자는 여성, 남성을 가르고 여성의 편에 서서 말하지 않고, 인류 보편에 대한 관점에서 현재 약자의 입장에 있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여성이 사회에서 부여한 여성성으로 인해 제약을 받듯이, 남성도 또한 같은 방식으로 제약을 받으며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못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누구나 약한 지점이 있는거죠.

 

 

 

 

이 책에는 약자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느껴집니다. 내용이 뜨겁고 강렬하지만 저자의 따뜻한 마음, 지지하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듣듯이 단숨에 이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변화를 위한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인상에 깊게 남아서 함께 나눌까 합니다. 이것은 꼭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내용입니다.

 

(막힌 곳을 뚫으려면) 터놓고 말을 하면 마음을 바꿀 수 있고, 마음이 바뀌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고, 행동이 변하면 조직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 (226쪽)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바꿀 수 없고, 일단 인식하고 나면 바꾸지 않을 수 없다. (237쪽)

 

- [린 인]

 

용기 있게 말하는 것, 시도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고 저부터도 더 용기내어 인식하고, 터놓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연대'에 대한 이야기도 꼭 하고 싶습니다. 

 

서로 돕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여성 자신에게도 유익하다.

진심으로 협력해서 행동하면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7쪽)

 

여성 모두가 원하는 것은 같다.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해지고 주위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서로를 인정해주자. (252쪽)

 

- [린 인]

 

여기서 '여성'을 '약자', '사람'으로 바꾸어도 그 뜻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적은 여성', '약자의 적은 약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같은 입장이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을 겁니다. 이제는 그런 나쁜 연결고리를 정말 끊어야 합니다. 서로 돕고, 서로 인정하고... 작은 것부터, 제 주변부터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 본인이 원하는 세상에 대해 한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되어서, 이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스스로 머물고 싶어 하는 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열정을 발견하면 그것에 곧장 달려들기를 희망한다.

 

- [린 인], 259쪽

 

책의 제목인 "Lean in"은 "기회에 달려들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저도 또한 세상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자신이 스스로 머물고 싶어 하는 자리에 있기를, 자신의 진정한 열정을 발견하면 곧장 달려들기를 희망하고 또 응원합니다. 

 

만약 이유 없이 마음이 다운되고, 요즘 생활에 왠지 모를 저항감이 느껴져서 의욕이 없고, 힘 빠지고... 이런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여성분이시라면 더요! 

 


여러분의 공감과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과 도움이 된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