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by 칼 융..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고 있나요?

윤크라테스 2019. 3. 22. 10:27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 칼 구스타프 융

 

칼 융의 이론을 다른 사람이 설명한 글이 아닌 그의 글을 직접 읽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책 크기가 작고 얇아서 덥썩 집어들었죠. 그러나... 쉽게 재미로 읽을 책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다른 책들을 먼저 읽었으니까요. 재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휙휙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가볍게 읽은 제 이해 영역 안에서 남기고 싶은 내용이 있기에 이를 중심으로 말씀을 나눠볼까 합니다.

 

 

 

역자의 서문에서 이 책은 1957년 융이 82세의 나이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갈린 냉전의 시대 속에서 각 진영이 대중을 선동하려 갖은 수단을 다 쓰던 상황에서 각 개인이 대중 속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호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융은 책의 말미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호소합니다.

 

나는 지나친 낙관론에도 흥분하지 않고 또한 고매한 이상도 사랑하지 않으며 단지 개인적인 인간 존재의 운명에 관심이 있다.

개인이라는 아주 작은 단위가 이 세상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또 이 세상은 바로 그런 개인에 의존하고 있다.

기독교의 메시지의 의미를 제대로 읽는다면, 신조차도 개인의 내면 안에서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182쪽

 

저자는 개인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설명을 읽다 보면 내가 나의 것이라고 알고 있는 생각, 신념, 감정이 내 것이 아닐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생각, 신념, 감정 때문에 너와 나를 가르고, 서로 다투고, 심지어는 살생까지 저지르곤 하는 현장을 쉽게 목격합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진정 무엇을 위해 결국엔 자신을 해치는 이런 선택을 반복하게 되는 걸까요?

 

개인과 사회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1957년 상황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회 자체가 개성을 잃어버린 개인들로 이뤄져 있는 한, 그 사회는 결국엔 무례한 개인주의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94쪽

 

이 글에서 나타나는 상황은 매체와 일상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무례한 개인주의자들로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공동체에 대해 불신을 느끼며, 나아가서는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상황들을 볼 때 사람들이 쉽게 하는 첫 번째 반응은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제지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비난과 비판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나'를 대신해서 상황을 제지하고 정리해 줄 어떤 사람과 사회 시스템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죠.

 

불행히도 0이 백만 개 모인다 해도 1이 되지 못한다. 

종국적으로 모든 것은 개인의 자질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극히 근시안적인 관습은 무엇이든 큰 숫자와 집단적인 조직으로만 생각하게 만든다. (95쪽)

 

만일 개인이 정신적으로 진정한 쇄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사회도 또한 정신적 쇄신을 이룰 수 없다. 

왜냐하면 사회란 것은 구원을 필요로 하는 개인들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97쪽)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융은 대중의 힘이 너무나 커지고, 그것이 매순간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탓에 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가능한 변화의 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조직화된 대중에 저항하는 것은 개성이 대중 만큼이나 잘 조직된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102쪽

 

깨어 있는 개인의 힘이 너무나 중요하고요, 생각보다 개인의 힘은 큽니다! 그러나... 개인의 알아차림, 깨어남, 지혜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디에 소속된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진실입니다. 

 

영혼은 아무리 많은 공동체를 갖고 있더라도 변하지 않은 채 남는다.

영혼이 스스로 노력과 고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환경이 선물로 줄 수는 없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99쪽

 
저자는 사회는 갈수록 개인이 인간 본연으로서의 자각과 가치를 잃게 만들어간다고 보았고, 그 안에서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와 그 방향성에 대해 계속 해서 강조합니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무리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대다수가 그렇게 간다고 해서, 대다수가 뭔가를 한다고 해서, 반대로 대다수가 하지 않는 무엇인가에 대해 그냥 자신을 맡겨서는 안 되는 겁니다. 
 

만일 사람이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다 실천한다면,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몇 가지 발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이점까지 누리게 될 것이다.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해 주의와 관심을 진지하게 기울일 가치가 충분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146쪽

 

이렇게 자신의 의지를 실천할 때,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자신의 개인화를 이루어가면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바로 자신의 어두운 부분, 감추고 싶은 부분, 자신에게서 없었으면 하는 부분인 '그림자'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림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림자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겸손을 얻게 된다. 

인간적인 관계가 확고해야 하는 곳이면 어디든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식의 의식적인 인정과 고려이다.

인간적인 관계는 그 바탕을 구별과 완벽에 두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구별과 완벽은 오직 다름을 강조하거나 정반대의 것을 불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계는 그보다는 결함에, 말하자면 약하고 무력하고 지지가 필요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169쪽

 

 

 

 

그리고... 사랑을 강조합니다. 매체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기에 '사랑' 하면 '남녀간의 사랑'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게다가 그 사랑의 모습이 아름답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뉴스를 장식하는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된 '집착과 욕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이 많이 식상해졌고,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개인 각자가 사랑이 너무나 필요한데, 모두들 사랑에 결핍된 상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중인간의 개인적 인간관계가 전반적인 불신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

이런 위험을 물리치기 위해, 자유사회에서는 정서적인 성격이 강한 어떤 끈이 필요하다. (...)

그러나 투사로 야기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가장 크게 훼손되는 것이 바로 동료를 향한 이런 사랑이다. (...)

사회의 진정한 결합과 그에 따를 힘이 바로 이 인간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멈추는 바로 거기서 권력이 시작하고 폭력과 공포가 시작한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170쪽

 

(제가 방탄소년단을 너무 좋아하는지라....) 전에 방탄소년단의 멤버끼리 서로 칭찬하고 지지하는 모습,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관계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점이 있었습니다. 

 

'사회에서도 저렇게 훌륭하게 애착이 형성될 수 있구나'

'저런 사랑이 사람에게 큰 힘이 되고, 또한 누구에게나 필요하겠구나'

 

그래서 그들의 노래에 반복해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말을 다시 보게 되었고, 저 개인적으로도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저도 사랑이 많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고, 저를 사랑으로 채워가고 싶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글: https://yuncrates.tistory.com/37,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지민을 응원해요.. [180413 JIMIN]의 로그)

(관련 글: https://yuncrates.tistory.com/44,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는 금수저)

 

 

다시 책의 제목으로 돌아와 볼까요?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질문을 좀 바꿔 보겠습니다.

 

"무엇이 여러분을 이렇게 만들고 있나요?"

 

지금까지 자신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의 결과인 자신이 정말 원하는 자신의 모습인가요?

 

저 자신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82세의 칼 융이 이 책을 썼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열정과 나이를 연결짓는다는 게 의미가 있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대상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있다면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제게 매우 의미있는 감사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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