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스님 고맙습니다..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by 선명스님

윤크라테스 2019. 3. 26. 09:24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 선명 스님

- 세상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스님의 마음편지

 

이 책의 제목부터가... 가슴 한켠을 ‘텅~’하고 칩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첫째 딸에게 엄마의 존재는 한 마디로 정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적어도 제게 ‘엄마’라는 말에는 너무나도 많은 감정과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좀 무뎌지려 하는지도 모릅니다.

 

책 이름엔 '엄마'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이야기, 가족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선명스님의 수행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일상 생활, 주변 사람, 그리고 가족... 속세와 인연을 정리하신 성직자에게서 가족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참 드문 일입니다. 그래서 스님의 엄마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의 어머니는 스님이 계신 절의 주지스님이시도 합니다. 불교에서 가족이자 도반의 인연은 참 귀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가족이자 출가를 하시면서 정리된 가족인 아버지 이야기도 있습니다. 스님에게 부모님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면서도 또한 너무나 큰 상처를 준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 시기에 감당하기 너무 큰 상처는 오히려 잠시 두었다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 조금씩 꺼내어 해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스님이 일상 속 마음공부, 수행에 대해 이야기하시다가 문득문득 가족이야기를 하실 때 제 안에서 더 많은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저렇게 조금씩 꺼내어 해결하고, 또 나아가고 계시는구나..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첫째는 존재하는 일이고,

둘째는 나로 존재하는 일입니다.

엄마와 나는 그 중요한 두 가지 일을 위해 

서로를 이끌고 밀어줍니다. (19쪽)

-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참 아름다운 이야기죠? 어릴 때에는 내가 의미 있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많은 수단과 꾸밈이 필요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르고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엄마... 가족... 가족이란 존재는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서로가 서로를 밀고 끌어주는 그런 의리의 관계가 되나 봅니다.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인연이 많다 해도

부모만이 지닐 수 있는 마음이 있습니다.

부모만이 헤아리는 자식에 대한 앎이 있고

부모의 눈에만 보이는 자식의 모습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그것에 익숙해져 

그 크기와 정도가 매 순간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정작 내가 몹시 힘들고 외로울 때

제일 먼저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게 되는 걸 보면,

내가 지닌 마음 중 가장 큰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9쪽)

-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누구나 크던작던 가족과의 관계에서 숙제가 있을 것입니다. 제 삶에서도 가족과의 관계는 큰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과제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제 생활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엔 마주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죠. 이 구절을 읽으며 조금 힘이 되었습니다. 결국 부모님과 제 관계는 그런 것입니다. 제 안에 없는 마음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제 안에 그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제 인정하면 될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제는 좀 더 마음을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복이 많아 스님이 되어 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말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나 자신을 마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고,

삶의 고통을 해석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픔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124쪽)

-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저도 이 글을 읽으며 '난 스님은 아니지만 참 복 많은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애쓰다 보니 스님처럼 좋은 말씀을 많이 접하고 있고, 그 말씀에 비추어 저를 돌아보고.. 여러 공부를 하면서 제 삶에서 힘들었던 부분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더 있지만, 그래도 많이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읽으며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시작과 끝 그 중간 어디쯤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지점, 어느 한 찰나를 

나는 지나가고 있다. (134쪽)

-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만약 지금 이 순간 결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면 이 구절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구절은 스님이 힘들 때 하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소싯적에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라'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그게 이해가 잘 안됐습니다. '그냥 하라고? 그게 무슨 뜻이지? 어떻게 하라는 말이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 말 뜻이 무엇인지..

 

너무 힘든 순간에는 그냥 있는 것, 멈추지 않고 하던 일을 하는 그것이 가장 최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엔 '잘' 하려는 마음보다는 '그냥 하는' 마음이 더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냥 하는 것'이란, '그 시점 그 장소에서 도망가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는 것'이 아닐까 제 나름대로 이해해 봅니다. 그래서 이제는 '잘' 하려 하지 않고, '그냥' 하려고 합니다. 

 

내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강하기에

그런 모진 아픔을 이겨내고도 이리 살아 있는가

나는 정말 소중한 존재구나. (139쪽)

-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계속 하게 됩니다. 가족과의 관계도 그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어릴 때 겪고, 너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라 그 기억과 자국이 다른 경험들에 비해 깊게 새겨지는 것 같아요. 어떤 아픔을 겪었든.. 스님의 이 말씀을 기억하면 참 위로가 되겠다 싶어 마지막으로 인용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참 따뜻한 책입니다. 그리고 선선하고 여백이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햇살 따뜻한 날에 조용한 숲속 산책길(그것도 작고 아담한 산책길)을 소녀같은 스님과 걸으며.. 발길이 멈출 때 드문드문 스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공간이 많아서 나 혼자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마음이 스산하여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분이라면.. 꼭 추천드립니다.

 

선명 스님 따뜻하고 예쁜 책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공감과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과 도움이 된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