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분과 식사를 하며 나누었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 분은 텔레비전에 음악과 춤을 하겠다고 모든 것을 쏟아붓고 열정을 다 하는 모습에서 자신은 그런 열정을 가져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나도 저렇게 모든 것을 걸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목표와 길이 과연 이미 정해진 것, 태어날 때부터...는 아니라도 일찌감치 하늘의 계시처럼 축복처럼 주어진 것일까?'
저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도 또한 여러 길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했고, 보이지 않고, 흐릿한 것을 향해 계속해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견디고 버텨내어 그들의 꿈과 길을 더 선명하게 하고 더 분명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요.. 관객들은 그들이 그렇게 분명하게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는 거죠. 우리도 그들처럼 누구나 어떤 길을 '선택'할 수 있고, 그 길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여 가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에 열정을 다한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Born singer (2013년)]에서 불확실하고 흐릿한 그들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분명히 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그림 출처: 방탄소년단 블로그: https://btsblog.ibighit.com/132)
이 길이 맞을까?
이 일이 맞을까?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그들은 끊임없이 드는 의심과 불안을 외부에서 부여하는 평가와 이해받지 못함을 양분으로 해서 열정이 꽃피워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돌과 랩퍼 사이 경계에 살아도
여전히 내 공책엔 라임이 차있어
대기실과 무대 사이에선 펜을 들고 가사를 써
이런 내가 니들 눈에는 뭐가 달라졌어?
Damn, shit. 난 여전해
내가 변했다고? 가서 전해
변함없이 본질을 지켜 i'm still rapperman
3년전과 다름없이 랩하고 노래해
- [Born singer] 가사 중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과 불신이 일어날 때마다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나는 래퍼야! 나는 가수야! 라고 자신에게 주입해 왔습니다. 그들에게 변했다는 사람과 '나는 변하지 않았어!'라고 말로 싸우지 않고 자신이 가수임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만들어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두려웠었어
큰 소린 쳐놨는데 날 증명한다는게
(...)
두려웠어
나를 믿어줬던 모든 사람들을 배신하게 될까봐
- [Born Singer] 가사 중
세상의 기대와 나와의 간극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그들은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 방향이야말로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이렇게 하는 것이 인생을 보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자아정체성 확립은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한 것'이라고 하거든요.
또한 '나를 믿어줬던 사람들이 나를 배신할까봐'가 아니라 '내가 사람들을 배신할까봐' 더 두렵다는 말도 마음을 쿵 하고 때렸어요.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배신할까봐 두려워 내가 먼저 도망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럴 때 핑계는 또 상대방을 댑니다. 이들이 자신들이 직면해야 할 모든 것들에 대해 도망가지 않고 직면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안과 밖의 불안과 불신 등 모든 부정적인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 내것이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 나를 잘못봤다며 싸우거나 회피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며 도망칠수도 있고, 이들처럼 그런 것들을 양분으로 삼아 자신을 키워나갈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가사는 청소년이나 청년이라면.. 아니 어른들도 곰곰히 읽어보고 곱씹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음악, 춤 등등을 포함한 종합적 문화로 선택했습니다. 나에게는 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열정을 다할 내 정체성이라고 할 것을 선택했는가?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들을 계속 만나도 이제는 끝까지 내 선택에 책임을 지고 이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때로는 즐기고, 때로는 버텨가며 끝까지 가겠다는 그 결심을 선택했는가?
곧 4월 12일에 다음 앨범이 나온다죠?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MAP OF THE SOUL : PERSONA)
앨범 명도 참 의미심장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마음을 치유하여 스스로를 다지고, 이제는 삶의 전체적 지도를 펼쳐든 모습이 그려집니다. 멋진 그들의 삶, 그리고 여정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공감과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과 도움이 된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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