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이제 나를 향한 지도를 한번 펼쳐볼까나.. [융의 영혼의 지도] by 머리 스타인

윤크라테스 2019. 4. 26. 10:25

[융의 영혼의 지도] by 머리 스타인

 

아미라서 읽고 있는 이 책은 '융의 이론에 대한 안내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융 이론에서 주요한 개념과 흐름을 융의 주요 논문과 저작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요. 일단 읽겠다고 시작은 했지만, 다 읽기까지 쉽지는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ㅠㅠ 

 

이 책은 융의 방대한 이론을 정리한 것이어서 한 번에 정리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 느낌을 정리하고, 세부 내용과 그 느낌에 대해 다시 정리하려고 합니다. 책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심리학자들의 이론은 그 학자가 인간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 그런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려고 한다면 그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융은 각 개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인식했으면 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 개인은 누구나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가 있다.
  • 융은 개인의 실제 존재는 그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크고, 의미 있고, 잠재력 있는 존재라 말하고 있다.
  • 융은 각 개인이 자신이 그런 존재임을 알아차리기를 바랬던 것 같다.

여기 나왔던 내용 중에 매우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신의 초월적 중심과 전일성(자기)>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융은 우리 모두가 자신 안에 신의 형상(God-image), 곧 자기(self)의 인(印)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 인간은 각자 자기라는 원형의 날인을 지니고 있다. 이는 본래적이며 부여받은 것이다.
우리 각자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신의 형상의 인을 받았으므로, 우리는 또한 '객관적 가치의 규모에서 최고점에 있는 연합과 총체성'과 접해 있다. 필요한 경우 이러한 직관적 지식은 우리를 돕는다. (230쪽)

 

융은 인간 모두가 위대해질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있음에 대해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인간 모두는 우주적 존재이고,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그렇게 되는 방향으로 가기를 희망했던거죠. 융이 만들었던 지도는 그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어떤 노력이냐면.. 자신 안에 있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 알려는 노력이죠. 융은 자신의 환자들과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치료하며 이 지도를 만들어갔습니다. 융이 만든 지도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융의 지도에 따르면 내 안에는 여러 영역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자신이라고 알고 받아들이던 영역, 알고는 있지만 자신으로 받아들이지 않던 영역, 있는 것 같은데 긴가민가 하는 영역, 있는지도 몰랐던 영역... 융은 인간 안에 포진해 있는 이런 다양한 영역들을 찾아내고, 각 영역의 특징과 관계, 경계를 그려내려 했습니다. 

 

현실 세계의 비유로 들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 다양한 국가가 있고, 그 국가별로 위치와 특징이 있죠. 이 국가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도 중요해요. 또한 그 국가들 간의 관계(국경)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고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가들을 생각하면 될 거예요.

 

헌데 이 영역들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일생동안 계속 변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영역의 크기, 경계 등이 변화하는 것이죠. 융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양상으로 변화해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내 안에 무엇이 있고, 각자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력이 듭니다. 그러나 그것이 또 다가 아니에요. 융은 우리가 각자 자신 안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나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여행의 목적이자 종착지는 '개성화, 자신의 통합'입니다. 

 

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마주하기 힘들어 하는 영역, 내가 나인지 몰랐던 영역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용기가 필요한 거죠. 이건 마치 내가 껄끄러워 하는 사람이나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사람과 친해지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마주하려는 그 대상들이 또한 나이고, 그것을 인정하고 내 것으로 하는 모든 과정이 내가 가야 할 길임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계속 의심이 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설득하고 그 길을 믿고 엉금엉금 나아가야 하는 거죠. 그 과정이 용기있는 행동이며, 그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나'라는 한 존재의 점진적 통합 과정을 이루게 됩니다. 

 

융은 우리가 이런 불편하고 낯선 나를 만났을 때 당황하거나 낙담하거나 화내지 않게 하기 위해, 그로 인해 도피하거나 회피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안내서의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왜냐하면 모르면 오해하게 되고, 그 오해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부정적 인식과 결합하여 영혼의 여행을 멈추게 할 테니까요. 그런 의미를 담아 만든 지도가 융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예를 들자면, 우리가 멀고 낯선 곳으로, 이를테면 해외 어떤 지역에 처음으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해외에 처음 여행을 갈 때에도 친절하고 신뢰가 가는 안내서를 만나면 그래도 좀 안심이 됩니다. 물론 막상 여행을 갔을 때 만나는 상황은 안내서와 판박이처럼 같지는 않겠지만, 관련 지식이 있으면 조금 다른 상황을 만나도 평정을 찾고 그 여행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융은 그런 마음으로 우리 안의 내면의 지도를 그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여행을 멈추지 않고, 한 생이라는 여행 기간 동안 온전히 여행을 마치고 우리가 원했던 종착지로 가기를 원했을 겁니다. 

 

 

 

 

 

융은 몸과 정신의 관계, 동시성, 초월성 등을 다루며 한 인간의 참의미에 접근하려 노력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중하고 과학적 태도를 중시했던 그로서는 이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는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 즉 초월적 관계 안에서 인간의 참의미였습니다.

 

융은 우리 인간존재가 우주에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가르친다. 우리 의식은 우주를 성찰하고, 이 우주를 의식의 거울로 가져올 능력이 있다. 네 가지 원리, 즉 불멸의 에너지, 시공 연속체, 인과성, 그리고 동시성을 통해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는 우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인간의 정신과 우리의 개인적 심리는 무의식의 유사정신적 수준을 통해 가장 심원하게 이러한 우주 질서에 참여한다. 정신화 과정을 통해 우주에 나타나는 질서 형태는 의식에 이용될 수 있고, 결국 이해되어 통합될 수 있다. 각 사람은 이미지와 동시성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내면에서 나오는 창조자와 창조적 작업을 증언할 수 있다. (313쪽)

 

융은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초월적 관점에서 자신을 온전하게 통합하는 과정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융은 인생 후반부에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중반 이후에는 중년 이상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와서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융이 이러한 연구의 핵심적 내용을 정리했을 당시가 어땠을지 상상하곤 했습니다. 물론 저자가 묘사하는 융의 모습이 매우 도움이 되었죠.

 

저는 융이 이것을 연구하는 상황이 자신의 외적으로 내적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 동안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회의가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존재의 의미, 자신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하나하나 답을 찾아냈을 겁니다.

 

나는 누구이며, 왜 살아야 하는가

나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내 삶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 내면의 역동성을 다루었고, 그 관계와 변화 양상을 관찰하며 서서히 자신의 지도를 완성해갔을 겁니다. 그래서 '충돌'에 대한 다음의 언급이 인상깊었습니다.

 

자아가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충돌(collision)'이다. 이 충돌은 갈등, 곤경, 고뇌, 슬픔, 고통 등을 의미한다. (...) 환경과의 충돌로 발생하는 적당한 갈등과 좌절은 자아 성장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 된다.(45쪽)

 

저자는 융에 대해 서문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는 융이 임상 작업과 자신의 체험을 통해 인간 영혼의 심오함과 심원함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상당 기간 동안 꾸준히 작업에 몰두한 끝에 인간 영혼의 숭고한 비전을 제대로 명확히 드러낼 수 있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21쪽)

 

저도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융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참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를 매우 애정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요. 이런 마음이 느껴졌는지 책의 내용은 어렵지만, 그 애정이 느껴져서 융의 지도를 따라 더듬더듬 따라가고 싶은 의지가 생겼습니다. 바로 융 지도의 안내대로 제 안의 광활한 영토를 탐험하고 싶은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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