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기술발전'으로 다시 읽는.. [BTS 예술혁명] by 이지영

윤크라테스 2019. 4. 28. 09:41

[BTS 예술혁명] by 이지영

 

한 권의 책에는 작가의 다양한 생각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한마디로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중요한 부분도 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선택한 그 시각조차 그 시점에 그 상황에 선택한 것이므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은 다시 또 펴게 되고,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 같습니다.

 

{BTS 예술혁명]을 이번에는 '기술'이라는 면에 초점을 두고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컴퓨터교육을 전공하기 때문에 더 관심을 두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제 화두가 '기술이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어떤 방식으로 주고 있는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빠르게 변화할 기술의 시대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한다고 다들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응하는 양상은 모두 다릅니다. 시대가 변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고, 변하는지는 알겠는데 예전에 하던대로 반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시대가 변화하는 양상을 알려고 노력하고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술 변화와 발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변화하고 발전한 기술을 모르는 척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그 기술을 예전 방식대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특징을 잘 알고 활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술의 특징을 잘 안다는 의미는 기술적 활용법을 잘 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술과 반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 마음의 변화 양상까지 알아차림을 의미합니다.

 

기술은 단순히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기술과 그 기술 안에 담긴 마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을 함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결국엔 마음이고, 마음의 방향성과 유연성의 문제입니다. 

 

 

 

 

 

 

모두가 하는 온라인 소통인데, 방탄의 소통은 어떻게 다른가? 바로 이 마음과 시각의 차가 아닐까 합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 방탄의 주요 성공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소통을 가능하게 한 근본적인 토대가 있다. 바로 온라인 플랫폼의 상호 작용이다.  (...) 
방탄의 예술활동의 기반이자 온라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관객(사용자이자 소비자) 활동의 토대 역시 상호작용적 관계에 있다. 방탄은 이러한 상호작용적 관계를 기존의 수직적 질서에 편입시키거나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위계 권력의 영향력 바깥에 있으면서 팬과의 상호작용을 지극히 수평적인 방식으로 수행한다. (56-57쪽)

 

누구나 소통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없는 차이도 만들어서 내가 상대방보다 더 낫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더 크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방탄의 '수평적 방식의 소통'은 그 중요성에 대해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사를 분석하는 콘텐츠보다 뮤직비디오를 해석하는 콘텐츠의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음악을 수용하는 이들이 청각적인 경험뿐 아니라 시각적인 경험까지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118쪽)

 

요즘 청소년 세대를 지칭하는 Z세대는 동영상 세대라고도 합니다. 이들은 모든 것을 동영상으로 해결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수용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방탄은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방탄의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은 매우 대단합니다. 누구나 접하면 감탄을 하게 되고, 다음 것, 또 다음 것을 찾게 됩니다. 이번에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피처링한 할시도 방탄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함께 하고 하고 싶은 마음을 굳혔다고도 했죠. 그만큼 누가 보더라도 그들의 시각적 연출력과 구성은 뛰어납니다. 방탄은 아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너무 잘 이해하고 있고, 또 그들이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아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이거야!!"

 

 

 

 

저는 방탄의 예술, 그들을 다루는 매체를 보며 기술과 플랫폼 변화로 달라지는 예술의 형식, 향유 방식, 그리고 제도적 권위의 반응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예술 시장은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곳에서 '권위자'라고 인식되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어떤 그룹의 반응은 미묘한 온도차를 느끼게 해서 이 부분이 뭘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예술은 '네트워크-이미지'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것으로 인해 '예술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네트워크-이미지'는 '예술 생산자와 수용자의 전통적인 구분을 벗어나 예술 생산자와 수용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질적인 영상들의 배치로 이루어진 영상 예술 작품(148쪽)'을 의미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예술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일어납니다.

 

기술 발전은 그 기술적 토대에 기초한 새로운 예술형식들을 낳고, 이 새로운 예술 형식들은 그 시대가 요청하는 예술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수행한다. (157쪽)

 

예술의 물질적 기반, 예술의 범위, 예술제도, 예술가의 개념, 예술가와 수용자의 관계 등이 전반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기존 예술의 개념과 가치가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다. 이러한 예술의 변화는 모바일 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 및 발전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153쪽)

 

어떤 사람을 예술가로 공인해주는 예술 제도권의 권위와 폐쇄적 카르텔이 유튜브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 유튜브에서는 모두가 사용자이면서 생산자이다. (167쪽)

유튜브에서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사람(생산자), 리믹스 영상을 업로드하는 사람(생산자+수용자), 감상하는 사람(수용자)이 모두 유저(사용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 SNS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네트워크-이미지의 탈중심적인 수평선은 낭만주의적 예술관에 기반한 예술가에 대한 신화를 완전히 해체하게 될 것이다. 이 신화의 해체와 더불어 기존 예술계의 권력을 유지하던 제도권의 카르텔 역시 해체될 것이다. (151쪽)

 

이 내용을 읽으며 방탄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사의 특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방탄의 콘텐츠를 생성합니다. 그들은 방탄 콘텐츠의 가장 큰 원천입니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공유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의 아미들은 이 원천을 마음껏 활용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냅니다.

 

콘텐츠를 공유한다는 생각은 웬만한 자신감과 나누려는 마음, 유연한 사고방식 없이는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고, 그 콘텐츠 단독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는 독점의 대상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빅히트는 콘텐츠에 대해 '원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것은 지금 시대의 기술 방향과 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예술 영역에서의 '민주화의 약속' 예술의 민주화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돈의 제약이나 공간의 제약이 없어야 하는데, 네트워크-이미지에 참여하는 관객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티켓을 살 필요도 없이 언제 어디서도 참여할 수 있다. (171쪽)

 

사람들은 내용을 알면 그 콘텐츠에 대해 더이상 궁금해 하지 않고, 관심이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위의 내용처럼 온라인을 통해 방탄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소비하는데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예술의 특성상 사람들은 '진짜'를 원하게 됩니다. 이것은 비단 예술 분야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좋은 강의를 듣고, 그 내용에 감명을 받고 자신이 변화한다 느끼면 그 강의를 한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온라인 상에서의 콘텐츠 공유, 즉 '예술 영역의 민주화의 약속'은 한편으로는 공유를 실천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체, 진짜'를 향한 무한한 기대와 열망을 일으키게 합니다.

 

앞으로 많은 것이 가상으로 대체될 것이라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진짜 가치 있는 대상에 대한 '실체, 진짜'의 가치는 더욱 높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지적인 내용은 가상으로도 일정 부분 채울 수 있지만, 결국엔 오감을 통해 경험하고 싶어하는 삶을 너무 오래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경험해야 깊은 만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마음과 갈망은 어디를 향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그들의 행동에서, 그들의 말에서 조금씩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예술계에서 시작하는 이와 같은 혁명은 차차 기존의 세계와 현실로 옮겨갈 것이라 말합니다. 저도 저자의 이런 생각에 동의합니다. 이러한 방향성과 속도에 현대의 기술은 깊게, 크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작고 미약한 존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큰 도구와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작고 미약한 아미들이 모여 방탄을 세계적 아티스트로 만든 것이 바로 그 증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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