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앎이야기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 사이의 간극에서..

윤크라테스 2019. 5. 22. 09:00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업을 더 열심히 듣게 되었습니다. 앞에 서 보니 아무리 먼 곳도, 아무리 구석진 곳도 다 잘 보이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뒷자리나 구석자리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임을 터득했죠. 이유가 어찌되었든 제가 그 강의를 듣겠다고 그 자리에 간 것이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경청하려 노력합니다. 

 

저는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라 강의하는 분야가 다를 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가능한 미소를 짓고, 대답을 열심히 합니다. 강의를 하시는 그 분에게 그 자리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랄까 괴리랄까... 요즘엔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내용인데, 배우는 입장에서는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입니다. 배우는 입장에서 왜 필요한지 모르겠는 그것을 듣고 있는 건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러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고민입니다. 이게 학생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가지고 학생들을 만나는데, 이 만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나? 이 의미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과연 정말 의미가 있을까?

 

'배워 놓으면 다 쓰게 된다.'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요즘 시대에 필요할 때 찾아서 쓰면 되는 건데, 왜 배워야 하지? 이런 반감이 저부터 듭니다. 이런 이유는 저부터도 설득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이유는 포기했습니다.

 

 

 

 

 

요즘 제가 절 설득한 논리는 이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익혔던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가장 막막했던 때는 '처음 무엇인가를 익혀야 할 때'였습니다. 그러다가 한번, 두번 무엇인가를 익힌 경험을 한 이후로는 새로운 것을 접해도 겁이 좀 덜 났습니다. 나는 새로운 대상을 만나도 익힐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익힐 수 있을지 제 나름대로 알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최초에 제가 무엇인가를 익힌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다면 바로 '익히는 경험'입니다. 제가 해봤고, 가장 자신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제가 가르치는 정보를 매개로 '익히는 경험'을 전달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다 가르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다른 중요한 내용은 또 다른 분들이 가르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내게는 전부일 수 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배우는 것들 중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겸손해지고 또 가벼워졌습니다.

 

지금 제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하나, 아니면 둘입니다. 여기에 집중하겠다 다짐하니 방향이 조금은 분명해지는 듯 합니다. 나중에 제가 성장하면 또 다른 눈을 뜨게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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