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0

대학원생에게 일상이 있는가?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책장 한켠에 오랜 기간 꽂혀 있던 이 책을 드디어 꺼내 읽고 있습니다. 요즘 대학원생으로서의 일상에 대한 고민 중이어서인지 다음 구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는 그런 권태에 긍정적인 색조를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에 기꺼이 동의한다. (...) 따분한 일상 속에는 항상 만나는 이웃, 해마다 찾아오는 사계절, 한 주일을 마감하는 매주 일요일, 날마다 뜨는 태양들에 섬세하게 집중할 수 있는 조심스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p.105]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이 왠지 모르게 어떤 단계로 가기 위한 임시적 신분의 느낌이 있었는데, 직장 생활까지 병행하다 보니 그 임시적 느낌이 훨씬 강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항상 바쁜 중에 ..

책이야기 2020.12.06

사무적인 일, 그러나 그 일은 사람이 한다. (사무직 스트레스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칼 로저스는 인간중심상담으로 유명합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상담 접근을 흡모합니다. 이 책은 학교교육에 대한 인간중심 접근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학교 행정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행정에 대한 이야기 중에 다음의 내용이 너무 인상 깊어 담아 왔습니다. 행정업무에서 나는 개인의 감정이 매우 중요함을 발견했다. 종종 직원들은 사소한 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 같았다. 어느 민감한 사람이 논쟁거리에 깔려 있는 감정 - 개인적인 적대감, 불안한 느낌, 두 사람 사이의 경쟁심, 혹은 이해받지 못한 사람의 분노 등을 알아차리고 언급해야 비로소 해결되었다. 일단 그 감정이표출되고 나면 그토록 중요해 보였던 문제는..

책이야기 2020.11.07

비판과 칭찬, 제대로 해보자... [정신과 의사의 콩트] by 프랑수아 를로르

우연히 비판에 대한 좋은 원칙을 찾았습니다. 비판은 간단명료해야 하고, 사람의 인격이 아닌 행동을 놓고 비판해야 하며, 상대방의 관점을 인정하는 한편, 비판이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 정신과 의사의 콩트, 334쪽 살다보면 수많은 비판 앞에 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때로는 비판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비판을 당하기도 합니다. 비판을 받는 입장에서 뭔가를 지적당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위축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 기분 나쁜 경우는 '비판'인지 '비난'인지 모를 공격을 받았다고 느껴질 때 입니다. 이럴 때 앞에서 인용한 이 기준을 두고 생각해보면 명확해질 것입니다. 1. 간단명료한가? 2. 비판의 대상이 사람의 인격인가, 행동인가? 3. 서로 다른 관점이 인정되었는가? 4. ..

책이야기 2019.08.28

작가님의 책 읽는 법.. [공감필법] by  유시민

요즘 책을 급하게 읽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두께가 얇고 쉽게 읽히는 책을 고르려 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선택하려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올해에 책을 100권 읽겠다고 목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지 않은 세월이 꽤나 길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얇고 쉬운 책이라도 읽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을 넘었다 생각했다면 방식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목적에 따라 책을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책은 충분히 읽어야 했습니다. 생각은 그랬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조금 두꺼워지거나 어려운 책은 건너뛰거나 건성으로 읽거나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유시민 작가님의 [공감필법]을 만났습니다. 이 책도 역시 얇긴 합니다. 그러나 서문에서부터 저를 타이르십니다. 말씀은 부..

책이야기 2019.07.31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by 박완서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노년의 일상과 생각을 경험할 수 있는 산문들입니다. 작가님 말년에 나온 책인데, 글이 담백하면서 매우 힘이 있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실 때에도 소설 속 다른 사람을 묘사하시는 듯 합니다. 산문 속 작가님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정신과 마음이 함께 늙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때로는 더욱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삶에서 매우 행복했던 장면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상처를 준 장면인 경우도 많습니다. 작가님에게는 청소년기 및 청년기의 전쟁통과 아드님을 잃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잘살아보자'는 민족적 여망은 자식도 남편도 가슴에 묻기보다는 통계 숫자 안에 안착을 시켰다. 나 혼자만 ..

책이야기 2019.07.30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by 틱낫한

이 책은 쉬운 말로 쓰여 있지만, 빠르게 읽기는 어렵습니다.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명상에 대한 다양한 설명으로 명상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고, 가끔은 바로 따라할 수 있는 명상법도 있습니다.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많았지만, 특히 교육과 관련지을 수 있는 내용에 눈길이 갔습니다. 만일 우리가 명상을 하며 잠시 앉아 있는다면, 우리 또한 맑고 투명해진다. 그 맑음은 우리의 존재를 새롭게 하고, 우리에게 힘과 평화로움을 가져다 준다. 우리 자신이 새로울 때, 우리의 주변도 새롭다.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으려고 하는 이유는 단지 사탕을 받거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 또한 그 '새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116쪽) 교육을 하..

책이야기 2019.07.25

[건투를 빈다: 김어준의 정면돌파 매뉴얼] by 김어준

김어준 총수의 [행복론]에 대한 강의에서 이 책이 언급되었습니다. 당연히! 궁금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자그마치 2008년에 나온 책이고, 그 다음 해에 8쇄를 당당히 찍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인' 5가지 카테고리로 나뉜 상담록입니다. 저는 '나'라는 주제에 꽂혔습니다. 총수에게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은 20대인데, 저는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할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내용이 정말 크게 다가왔습니다. 당장은 이것부터 명심하시라. "당신만 각별하진 않다는 거." 두둥!!! 지금까지 저는 반대로 여기고 살아왔기에, 이 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상황만이 각별하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자존감이 무르다는 방증이다. 자존감이 든든한 자는 자..

책이야기 2019.07.16

나.. 바쁜건가? 생산적인건가? 효율적인건가? .. [결단] by 롭 무어

[결단] by 롭 무어 갑자기 바쁜 것에 대한 회의가 물 밀듯이 몰려올 때 이 질문을 맞이했습니다. 바쁜가? 생산적인가? 효율적인가? 바쁜 것이 싫었습니다. 바쁘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 좀 더 정성을 들이지 못하고, 방이 어지러운데 치워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하고, 좋아하는 라디오를 편하게 들을 수 없고, 천천히 걸을 수 없고... 일상 속 작은 것을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빠서 도대체 난 뭘 하려는 것인지, 무엇을 이룬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다는 건 열심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산적이라는 건 가장 중요한 일을 끝낸다는 뜻이다. 효율적이라는 건 최단시간 내에 중요한 일을 끝낸다는 뜻이다. 이런 차이를 알고, 자기 자신을 알면 덜 바빠지지만 효율성은 높아진다. 잘못된 ..

책이야기 2019.07.15

후회하지 않는 삶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어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by 브로니 웨어

롭 무어의 [결단]의 맨 마지막에 이 책이 인용되어 있었습니다. 관련 글: 내 결정을 옳게 만들기.. [결단] by 롭 무어 이 책의 원서 제목은 '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입니다.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 교훈들을 담은 글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가장 많이 하는 5가지 후회.. 이것은 이 책의 목차이기도 합니다. 1.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2.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3. 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4.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5.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5가지 항목을 살펴보면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

책이야기 2019.07.10

내 결정을 옳게 만들기.. [결단] by 롭 무어

이 책의 영어 제목은 "Start now. Get perfect later"입니다. 이 책의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제목처럼 '일단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글을 읽으며 제가 지금까지 결정을 내리며 잘 알지 못해 실수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 중 몇 가지를 정리할까 합니다. 1. 직관에 대하여 직관은 자신을 믿고, 적절한 (하지만 반드시 가장 쉽지만은 않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적절한 결과가 실현될 때까지 인내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자신을 억지로 설득해야 한다면 그것은 보통 잘못된 결정이다. (210쪽) 저는 마음으로 결정이나 판단을 내렸는데도, 주변 누군가가 의견을 제시하면 그 말에 비중을 많이 두는 편이었습니다. 가끔은 의견을 제시하는 ..

책이야기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