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전공 중년아미의 BTS이야기

중립적 조건을 편견으로 활용하지 맙시다.. BTS를 향한 편견에 대한 단상

윤크라테스 2019. 4. 19. 09:45

그들은 노래를 했습니다.

그들은 랩을 했습니다.

그들은 춤을 췄습니다.

그들은 나이가 어렸습니다.

그들은 예쁜 외모를 가졌고, 또 예쁘게 가꾸었습니다.

그들은 그룹입니다.

그들이 속한 소속사는 규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너네들 아이돌이지?

외모나 꾸미고 겉멋이나 들었겠지.

연예인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아이돌이 무슨 예술을 한다고 그래?

아이돌이 랩? 힙합? 웃기고 있네.

 

소속사도 작다며?

돈도 없으면서 무슨 예술.. 무슨 음악..

 

어린 애들이 음악을 한다면, 예술을 한다면 뭘 얼마나 하겠어?

너네들 음악은 구릴거야. 딱 보면 안 들어봐도 알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음악, 예술을 하는 사람을 정의해 볼까요?

 

일단 노래면 노래, 랩이면 랩만 해야 합니다.

섞어서 하거나 춤을 같이 추면 안 됩니다.

 

나이가 좀 지긋해야 합니다.

 

외모가 근사하면 안 됩니다.

꾸며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혼자서 해야 합니다.

 

대형 기획사에 속해야 합니다.

 

 

이것이 과연 노래, 예술을 하기 위한 진정한 조건일까요?

이 조건들에 예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열정은 어디 있나요?

끈기와 노력은 또 어디 있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헌신은요?

게다가 마치 예술은 어떤 정형화된 공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뭔가 그려지지 않나요? 일반 사회로 치자면 제대로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야 진짜 자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같은 느낌... 조금 특출나고 특이한 것들은 다 제거하고 평균과 평범함만 남겨 놓습니다. 반면에 우리 사회는 해외의 어린 예술가들과 특이한 예술가들을 보며 '천재'라며 '창조적'이라며 찬탄을 합니다. 왜 우리나라에는 저런 애들이 없냐며 또 우리 아이들을 한심하게 쳐다보곤 합니다. 

 

 

 

 

나이, 외모, 소속... 이런 것들은 조건일 뿐인데, 편견과 평가, 편 가르기의 너무나 간편한 소재가 되곤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들이 '편견을 만들겠다, 편을 가르겠다'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편견을 만들 수 있고 공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고백하자면...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초등학생들 중학생들 수업할 때 학생들이 BTS 할 때 '아 아이돌 좋아하는 애들이구나' 하기는 하는데, 그 마음이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방탄 음악을 본격적으로 보고 생각하고 연구하면서도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미는 아니야, 걔들이 좋은 건 아니고...' 이러면서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또 반성합니다...) 저도 불과 최근까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거죠.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아이돌이라 따로 그러지?'

'왜 보이밴드라고 따로 그러지?'

'그냥 밴드라고 하면 안돼?'

'그냥 가수, 아티스트라고 하면 안돼?'

'왜 노래를 감상하는데 부르는 사람의 남녀를 가르고, 나이로 가르고, 또 외모로 가르지?'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과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여럿이서 한다는 것'은 협업과 다양한 색의 조합을 의미합니다. '춤추고 랩하고 노래한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의 가지수가 많음을 의미합니다. '작은 소속사에 소속되었다는 것'은 어떤 조건에서도 꿈을 지향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정 외모를 가졌고, 꾸민다는 것'은 특정 외모도 예술의 한 요소이고, 자신이 하는 일에 맞게 외모를 가꿀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은 다르게 생각하면 지향점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나이'는 큰 권력임을 깨닫곤 합니다. 방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이가 어린데 대단하다' 이런 말 많이 합니다. 여기에 깔린 생각은 이런 걸 거예요.

 

'나이가 어리면 미숙하다, 어리석다, 뭘 잘 모른다.'

'나이가 든 사람이 어린 사람보다 어떤 면에서도 다 낫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그 반대는 매우 특이한 경우이며 보통은 일어날 수 없다.'

 

전에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 있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이 성숙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나이 드는 것과 좋은 어른이 되는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는 커녕, 상관관계조차 없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방탄의 컴백 기자회견 동영상 클립에서 일부이지만 예의 없이 질문하는 기자들의 태도를 보며 참 부끄러웠습니다. 멤버들을 부르는 호칭, 질문의 내용에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왔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다시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나이를 더 먹은 사람으로서 방탄에게 미안했습니다. 

 

이제는 '좋은 어른'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생각했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나이와 관계 없이 언제든 자신이 그렇게 되겠다 마음을 먹고, 자신을 향해 노력하고 절제를 실천할 때 서서히 그 방향을 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은 완성형이 아닙니다.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진행과 성장의 의미입니다. 이것은 각자의 생이 다 하는 날까지 계속되는 과정일 것입니다. 

 

방탄을 보며 제 안에 있었던 편견을 발견하고, 또 해소하게 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정국이 '아미들이 자신들을 통해 공부한다'고 했듯이, 저도 그렇게 계속 깨달음을 얻어가네요. 게다가 지인과 방탄을 함께 이야기하며 거기에서 교육과 철학적 의미를 찾기도 한답니다.

 

항상 감사하고 또 축복해요. 방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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