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by 틱낫한

윤크라테스 2019. 7. 25. 09:00

 

이 책은 쉬운 말로 쓰여 있지만, 빠르게 읽기는 어렵습니다.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명상에 대한 다양한 설명으로 명상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고, 가끔은 바로 따라할 수 있는 명상법도 있습니다.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많았지만, 특히 교육과 관련지을 수 있는 내용에 눈길이 갔습니다. 

 

만일 우리가 명상을 하며 잠시 앉아 있는다면, 우리 또한 맑고 투명해진다. 그 맑음은 우리의 존재를 새롭게 하고, 우리에게 힘과 평화로움을 가져다 준다. 우리 자신이 새로울 때, 우리의 주변도 새롭다.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으려고 하는 이유는 단지 사탕을 받거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 또한 그 '새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116쪽)

 

교육을 하고 싶다는 것에는 어쩌면 내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가르칠 때 가장 기분 좋은 것은 학생들이 내 말에 집중할 때입니다. 반대로 가장 난처하고 힘들 때는 학생들에게 좀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일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면, 우선 학생들이 교수자의 말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교수자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하고, 더 듣고 싶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그런 교수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이 앞에 인용한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제가 좋아하는 분의 경우에는, 물론 그 분들이 명상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분들은 사안을 맑고 명확하게 봅니다. 그래서 어떤 사안이 발생하거나, 일상의 특정 상황에 대해서 그 분들이 어떻게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궁금합니다. 그 분들의 말을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지만, 많이 참고하고 또 배웁니다. 이것이 바로 그 분들이 제게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입니다. 

 

그 분들은 제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굳이 설득하지 않습니다. 다른 의견에 대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설명을 하지 상대를 근거 없이 비방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안과 상황을 해석하고 설명해줍니다.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듣는 저의 몫입니다. 그 분들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 보고 저와 가치관과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고, 사안을 바라보는 방향성과 방법에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 분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고, 가능하다면 실제로 만나고 싶고, 생활에서 실천해서 그 분들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자발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이런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분들이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의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인간으로서도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좋은 어른, 본보기가 되는 어른인 셈입니다. 저도 또한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첫번째 모습은 자비다. 그것은 행복과 기쁨을 주려는 마음과 능력을 말한다.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깊이 보고 듣는 법을 수행해야 한다. (142쪽)

 

'깊이 보고 듣는 법'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진정 함께 있는 경험'은 매우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사람들은 그 느낌이 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어디선가 '만남을 빨리 끝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만남을 빨리 끝내고 싶다면 자꾸 시계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중요한 사람과 만날 때에는 핸드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 함께 있는 경험', '깊이 보고 듣는 법'과 관련 있는 것입니다. 시계를 자꾸 보는 것,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은 '지금 여기'에 상대와 온전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은 딴데 가 있는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것이 습관이라면 좀 곤란합니다. 특히 학생 입장에서 면담 중인 선생님이 그런 태도를 취한다면 마음을 닫게 됩니다. 

 

저는 학생으로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면담 중인데 선생님이 자꾸 시계를 확인하고,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분과의 면담에 매우 기쁜 마음으로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그 분의 그런 태도를 보고 저도 모르게 점점 많은 것을 줄여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꼭 필요한 말만 간단하게 하게 되고, 그 분과의 면담이 가능한 짧게 끝나도록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으로서 그렇게 행동을 바꾸어가는 동안 슬펐습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동안 만나는 많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다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아야 한다. (142쪽)
이해가 없으면, 그대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요구와 소망, 고통을 이해하려면 그대는 깊이 바라봐야 한다. (...) 우리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리고 공기와 나무,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하고, 무지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143쪽)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는 것, 적절한 행동을 하고, 무지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이런 것들도 아이들을 대할 때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고, 알면서도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감정에 휩싸이거나 하면 판단도 어렵지만, 스스로 행동을 절제하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게 판단하고 절제해야 하나? 이런 생각마저 들 수 있습니다.

 

제대로 구분하고 판단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이 책이 틱낫한 스님의 일종의 '강의'라고 본다면, 이것은 수행입니다. 계속 자신을 되돌아보고, 갈고 닦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이게 이것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작 저조차도 이렇게 잘 해나가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나아지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에 대한 답이 '사랑'입니다. 나를 비롯해서 내가 만나는 모든 대상에게 애틋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려 조금씩 애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조금 더 신경 써서 보게 되고, 조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고, 이해의 폭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며 마음이 매우 소박해짐을 느낍니다. 어릴 때 세상을 위해 뭔가 큰 일을 하겠다고 했었는데... 큰 일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평범하고 그닥 특출나지 않음을 깨닫고 마음이 움츠러들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진리란 소박함에 있음을 알자, 나에게서부터 사랑을 찾고 키워나가자, 이렇게 마음을 고쳐 먹으니 부담이 줄어듭니다. 편안하고 여유로워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마음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저를 우쭐하게 했다가고 쭈글하게 했다가도 할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능성이 줄어간다고 여기는만큼 그런 하강 국면을 더 크게 겪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저를 체크해봐야겠습니다.

 

'예전에 비해 나는 얼마나 더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있나?'

'예전에 비해 내 사랑의 품은 얼마나 더 넓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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