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사무적인 일, 그러나 그 일은 사람이 한다. (사무직 스트레스에 대해)

윤크라테스 2020. 11. 7. 10:49

 

이 책의 저자인 칼 로저스는 인간중심상담으로 유명합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상담 접근을 흡모합니다. 이 책은 학교교육에 대한 인간중심 접근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학교 행정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행정에 대한 이야기 중에 다음의 내용이 너무 인상 깊어 담아 왔습니다.

 

행정업무에서 나는 개인의 감정이 매우 중요함을 발견했다. 종종 직원들은 사소한 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 같았다. 어느 민감한 사람이 논쟁거리에 깔려 있는 감정 - 개인적인 적대감, 불안한 느낌, 두 사람 사이의 경쟁심, 혹은 이해받지 못한 사람의 분노 등을 알아차리고 언급해야 비로소 해결되었다. 일단 그 감정이표출되고 나면 그토록 중요해 보였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로 공개적으로 솔직한 대화가 되고 나면 다음 해의 예산배정, 조정관의 선출, 중요한 정책의 채택 등이 수분 만에 결정될 수 있었다. ([개인의 힘에 관한 칼 로저스]의 체험담의 재인용)
- [학습의 자유], p.418, 칼 로저스 & 제롬 프라이버그

 

저는 지금 행정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때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많은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따지자면 제가 했던 일 중에서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가 이 내용이 훅! 들어왔습니다.

 

인용한 책의 내용에 대해 저만 공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요즘 사무직 대부분은 행정 업무를 일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 전체에서 행정 업무의 비중 차이는 있겠지만요. 요즘엔 혼자 처리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일 자체는 혼자 하더라도 자신에게 그 일이 올 때, 자신이 그 일을 마친 후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접촉을 해야 합니다. 우리 일 중에 사무적인 일이 없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일을 하면서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일이 쉬워지기도 하고 매우 어려워지기도 한다는 것, 어떤 일은 일의 난이도를 떠나 다른 사람의 손을 타야 해결될 수 밖에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행정 업무에서 개인 감정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은 사람이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사무적인 일이 감정이 배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일을 할 때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게 합니다. 그것을 알게 되면 몰랐던 상태에서 느꼈던 압박과 스트레스의 실체를 보게 되고, 그 다음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