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앎이야기 47

내가 내 경험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오랜만에 이력서를 쓰려다보니 빈 공백이 특히나 많아 보입니다. 예전에도 가끔 이런 공백이 신경이 쓰였는데, 나이가 많아지다보니 더 신경이 쓰입니다. 나는 참 열심히 살았고, 노력 많이 했는데.... 내 삶엔 빈틈이라곤 없었는데, 도대체 문서상의 이 공백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류에 기록될 수 없는 내용들이 좀 많긴 하지만, 제 삶엔 공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서에 표현할 수 없는 그 기간을 왜 저는 공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 기간 동안 했던 경험들이 지금 시점에 돈이나 지위로 환산되었다면.. 그래도 그 기간을 공백이라고 여겼을까? 라는 질문에.. '아마 아닐 것 같다.'는 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제가 왜 공백이라고 생각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런..

나에 대한 평가를 멈추면 편해진다고 하는 이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에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라고 했을 때에는 '내가 무엇을 하든 다 잘한다고 생각해야 하는거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부감이 살짝 일었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분명히 더 나아져야 할 점도 있을 것인데, 무조건 잘 한다고 어떻게 생각하지? 그러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정체되는 거 아냐? 자기합리화 하란 말인가? 이런 의문에서 오는 거부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 대한 어떤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평가'로 바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게 너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니까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습니..

일상이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 이유

다른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시간, 예를 들자면 이른 아침에 학교를 가면 여기저기 청소하시는 분들을 뵙게 됩니다. 건물 밖에서는 길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내시고, 쓰레기를 치우십니다. 건물 안에서는 간밤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하시고, 화장실을 청소하시고, 도서관의 경우에는 책상과 각종 틀을 모두 닦으십니다. 또 복도를 청소하십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하다 보면 학교가 제 방보다 더 깨끗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ㅜㅜ 이렇게 한번 그 분들을 인식하게 되자, 이제는 낮에도 학생들 틈에서도 자연스레 그 분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로 공부하는 건물에서 청소하시는 분과는 서로 알기에 인사를 나누고, 종종 말씀을 나누기도 합니다. 전에는 이런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청소를 ..

일반인의 성공이란?

오늘 지인들을 만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차가 없는 저를 위해 저를 태워 주시는 수고를 해주신 분도 계시고, 저와 함께 먹기 위해 식사를 준비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공간에 기꺼이 저를 초대해주셨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 오라고 하셔서 매우 기뻤습니다.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나란 사람은 별로 가진 것이 없는데, 이룬 것이 없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가끔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초대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나란 사람 자체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그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고, 동시에 나란 사람이 좀 멋져서 그런 것 같아 혼자 빙긋이 웃게 됩니다. 저처럼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의..

가르치는 분이 이러면 좋겠습니다

7월에 1달간 요가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요가원이 쉴 리는 없습니다. 자체 방학입니다. 원장님의 고유한 요가 지도 스타일이 있습니다. 처음에 서서히 몸풀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날의 하이라이트를 지나 서서히 기운을 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그날의 최고 난이도 코스를 다 해낼 때도 있고 못 해낼 때도 있습니다. 해내면 무척 뿌듯하지만, 못 해낸다고 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진 않습니다. 어차피 하나도 할 줄 모르던 '몸 바보'였던 터라, 어쩌다 한번씩 해내는 것만으로도 '용하다'며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오늘은 저로서는 방학을 맞이하는 마지막 수업 날인지라.. 원장님이 마음을 많이 써서 지도해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일부러 제가 극복할 수 있는 과제를 주셨고, 또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

한계, 취약성을 인정하는 게 손해가 아닌 이유

요가를 배우면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제 한계, 취약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용감하거나 자존감이 높아서 제 한계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완전 '몸 바보'라서 요가를 배울 때에는 아주 백지입니다. 못하는 게 기본입니다. 제가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제 한계이자 취약 지점입니다. 그런데 한 영역에서 한계와 취약성을 인정하는 경험을 하게 되니, 다른 영역에서도 그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내 한계와 취약성을 인정하지 못했나?' '왜 나는 지금까지 꾸역꾸역 오게 되었나?' 지금까지 한계와 취약성을 인정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이 제 약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약점이니까 그것을 인정하면 제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고, ..

머리 아픈 날

가끔 책을 많이 보거나 생각을 많이 한 날,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빨리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고요. 하루는 '왜 아프지?'라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봤던 글과 내가 했던 생각들이 지금 내 뇌 안에서 통합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머리 아픈 게 왠지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내 안에서 뭔가 열심히 작용이 일어나는 중이니까요. 이럴 때에는 좀 기다려주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요즘 삶이 너무 바쁘다 보니까 가끔은 저 자신이 어떤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뭔가를 처리하면 제 효용 가치가 증명되는 것 같아서 자꾸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고, 하는..

뭔가 잘 안 될 때 괴로우면 그게 '욕심' by 법륜스님

욕심이 뭔지를 좀 알게 된 것 같은 요즘입니다. 법륜스님 법문을 듣다 보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그런데 잘 안 될 때 괴로우면 그게 욕심이다.'는 말씀을 여러 번 접했습니다.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음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기한을 정해놓고 논문을 쓰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이런 내용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바꿨는데, 또 그게 아닌 것 같고.. 시간은 가는데 끝나기는 커녕 점점 혼돈으로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더 피곤하기만 하더군요. 그러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시간'과 '논문의 질'이라는 2가지..

'일단 시작'하시면 누군가의 본보기가 됩니다

아침에 같이 요가를 하는 동기와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1년 정도 다녔고, 그 친구는 3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게 요가를 한지 얼마나 되었냐고 묻기에 '1년 정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가 보기에 제가 잘 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저는 '당연하다'며 제 처음 상태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완전 '몸치'라서 몸으로 하는 건 '1'도 못 하는 사람이다, 요가 시작했을 때 너무 못해서 매일 아침에 가는데 의의를 뒀다,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고 엄지 발가락도 휘어서 서서 지탱하는 건 하나도 못 했다... 제 처음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니 놀라더군요. 지금 저는 아주 잘 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제게 1년 정도 하면 저만큼 할 수 있냐고 묻기에, 저는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제가 시작했을 때와 상..

운 좋게 만드는 기도.. '오늘도 이만하기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 법륜스님 즉문즉설

오늘.. 정말.. 진심으로.. '난 왜 이렇게 운이 나쁠까', '난 왜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을까' 생각하는 하루였습니다. 요근래 실망스러운 일이 겹쳐서 그런 후회가 들었습니다. 지나간 선택에 대해 어쩌지는 못하고, 그 당시에는 제가 한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답답한 마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때 선택이 최선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때 이후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제가 항상 하는 확언들이기도 합니다. ^^;; 제가 아쉬워 하는 부분에 대해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라는 질문에, 아버지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거다. 그렇게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잘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