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생각의 조각 50

교수자와 학습자에게 실망을 좀 덜 하려면..

어른이 되면 아이들에게 '뭐라도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가르치는 사람이 되면 학생들에게 '뭐라도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라는 의지를 강하게 가지는 것 못지 않게, 교수자들도 학생들에 대한 이런 식의 통제 의지를 강하게 가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그러한 통제 의지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집단이 어디인지는....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 내게 배우는 사람에게 통제 의지를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나이가 어린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 비해,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사람에 비해 '미성숙하다, 불완전하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우연히 설정된..

'산다는 게 뭔가' 싶을 때엔.. [눈이 부시게]

이번 휴가에 [눈이 부시게]를 몰아서 보았습니다. 이미 종영을 한지도, 큰 화제가 된지도 오랜지라 결론을 이미 아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시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기우였습니다. 12부작을 아주 엑기스로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삶'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만큼 과정이 아름다운 드라마였습니다. 이제 대부분 결말도 다 아는 상황이니 결말이 포함된 좀 자유로운 소감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1. 사랑이 많은 사람 '김혜자' 극에서 주인공인 '김혜자'는 사랑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매우 크고 깊고, 지나가는 어떤 사람을 봐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녀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자신을 포함해서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을 매우 애틋하게 바라봅니다. 그런 그녀가 실제로는 ..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Reset] by 이적

이 노래 한 번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신나면서도 또 용기를 주는 곡입니다. https://youtu.be/Ug0M6SFfqQ8 유희열씨가 만들고 이적씨가 부른 [Reset]입니다. 열심히 제 갈 길 가겠다는, 각자 제 갈 길 가자는 노래인데, 제목이 리셋입니다. 노래를 만든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이제 40대이다보니 그냥 시작이나 전진이 아니라 그 앞에 '새로운'이 붙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40여 년의 기간 동안 왔던 길이 있었는데, 지금쯤 어느 지점에 와서 다시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조금씩 나를 잃어 가고 있어 여기가 난 어딘지 모르겠어 자 떠나야 해 길을 나서야 해 어딜 향해 가는지 몰라도 어느 때이건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분명한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바라는 자체가 욕심인..

내가 내 경험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오랜만에 이력서를 쓰려다보니 빈 공백이 특히나 많아 보입니다. 예전에도 가끔 이런 공백이 신경이 쓰였는데, 나이가 많아지다보니 더 신경이 쓰입니다. 나는 참 열심히 살았고, 노력 많이 했는데.... 내 삶엔 빈틈이라곤 없었는데, 도대체 문서상의 이 공백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류에 기록될 수 없는 내용들이 좀 많긴 하지만, 제 삶엔 공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서에 표현할 수 없는 그 기간을 왜 저는 공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 기간 동안 했던 경험들이 지금 시점에 돈이나 지위로 환산되었다면.. 그래도 그 기간을 공백이라고 여겼을까? 라는 질문에.. '아마 아닐 것 같다.'는 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제가 왜 공백이라고 생각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런..

나에 대한 평가를 멈추면 편해진다고 하는 이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에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라고 했을 때에는 '내가 무엇을 하든 다 잘한다고 생각해야 하는거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부감이 살짝 일었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분명히 더 나아져야 할 점도 있을 것인데, 무조건 잘 한다고 어떻게 생각하지? 그러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정체되는 거 아냐? 자기합리화 하란 말인가? 이런 의문에서 오는 거부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 대한 어떤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평가'로 바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게 너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니까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습니..

일상이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 이유

다른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시간, 예를 들자면 이른 아침에 학교를 가면 여기저기 청소하시는 분들을 뵙게 됩니다. 건물 밖에서는 길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내시고, 쓰레기를 치우십니다. 건물 안에서는 간밤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하시고, 화장실을 청소하시고, 도서관의 경우에는 책상과 각종 틀을 모두 닦으십니다. 또 복도를 청소하십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하다 보면 학교가 제 방보다 더 깨끗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ㅜㅜ 이렇게 한번 그 분들을 인식하게 되자, 이제는 낮에도 학생들 틈에서도 자연스레 그 분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로 공부하는 건물에서 청소하시는 분과는 서로 알기에 인사를 나누고, 종종 말씀을 나누기도 합니다. 전에는 이런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청소를 ..

일반인의 성공이란?

오늘 지인들을 만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차가 없는 저를 위해 저를 태워 주시는 수고를 해주신 분도 계시고, 저와 함께 먹기 위해 식사를 준비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공간에 기꺼이 저를 초대해주셨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 오라고 하셔서 매우 기뻤습니다.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나란 사람은 별로 가진 것이 없는데, 이룬 것이 없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가끔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초대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나란 사람 자체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그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고, 동시에 나란 사람이 좀 멋져서 그런 것 같아 혼자 빙긋이 웃게 됩니다. 저처럼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의..

가르치는 분이 이러면 좋겠습니다

7월에 1달간 요가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요가원이 쉴 리는 없습니다. 자체 방학입니다. 원장님의 고유한 요가 지도 스타일이 있습니다. 처음에 서서히 몸풀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날의 하이라이트를 지나 서서히 기운을 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그날의 최고 난이도 코스를 다 해낼 때도 있고 못 해낼 때도 있습니다. 해내면 무척 뿌듯하지만, 못 해낸다고 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진 않습니다. 어차피 하나도 할 줄 모르던 '몸 바보'였던 터라, 어쩌다 한번씩 해내는 것만으로도 '용하다'며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오늘은 저로서는 방학을 맞이하는 마지막 수업 날인지라.. 원장님이 마음을 많이 써서 지도해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일부러 제가 극복할 수 있는 과제를 주셨고, 또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

한계, 취약성을 인정하는 게 손해가 아닌 이유

요가를 배우면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제 한계, 취약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용감하거나 자존감이 높아서 제 한계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완전 '몸 바보'라서 요가를 배울 때에는 아주 백지입니다. 못하는 게 기본입니다. 제가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제 한계이자 취약 지점입니다. 그런데 한 영역에서 한계와 취약성을 인정하는 경험을 하게 되니, 다른 영역에서도 그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내 한계와 취약성을 인정하지 못했나?' '왜 나는 지금까지 꾸역꾸역 오게 되었나?' 지금까지 한계와 취약성을 인정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이 제 약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약점이니까 그것을 인정하면 제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고, ..

머리 아픈 날

가끔 책을 많이 보거나 생각을 많이 한 날,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빨리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고요. 하루는 '왜 아프지?'라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봤던 글과 내가 했던 생각들이 지금 내 뇌 안에서 통합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머리 아픈 게 왠지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내 안에서 뭔가 열심히 작용이 일어나는 중이니까요. 이럴 때에는 좀 기다려주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요즘 삶이 너무 바쁘다 보니까 가끔은 저 자신이 어떤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뭔가를 처리하면 제 효용 가치가 증명되는 것 같아서 자꾸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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